양세히 개인展, 갤러리고트빈
전시회 2021. 12. 13. 16:35 |
전시명 : 양세히 개인展
유형 : 대전전시
날짜 : 2021년 12월 15일~12월 21일
관람시간 : 09:00~20:00, 전시마감일 : 09:00~15:00
장소 : 갤러리고트빈
문의처 : 010-7444-7187
양세히 - 그곳에 가면 20x20 Acrylic on tyle 2021
양세히 - 그곳에 가면 20x20 Acrylic on tyle 2021
양세히 - 그곳에가면 2021 116.8x91.0 oil on canvas
화폭에 새긴 ‘그리움’
_우리들의 이야기, 나와 당신의 일화
홍경한(미술평론가)
다닥다닥 오밀조밀 붙어 있는 집, 파랗고 넓은 하늘과 청량감 감도는 바다, 늠름하게 터를 잡은 나무와 하얗게 쌓인 눈, 밝고 화사한 녹색의 잔디밭과 오래된 건축물, 그리고 소담하게 자리한 다리와 등대, 돛단배….
전반적으로 화사하게 다가오는 양세히의 <그곳에 가면>(If you go there) 연작에선 공간감과 거리감 따위의 일차적인 도식행위는 발견하기 어렵다. 경관이 어디에서도 우위에 서지 않으며 다분히 평면적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자연과 건축물 역시 병렬식으로 통합된 채 하나의 전체적 풍경의 일부로 자리한다.
이처럼 양세히의 그림은 무엇보다 형상을 포함한 색채나 명암, 마티에르 등 일체의 조형요소부터 눈에 띈다. 강렬한 색채가 자주 사용되지만 부드럽고 온화한 톤을 받쳐줌으로써 조형적 균형을 유지하고, 다소 초현실적인 경향을 실제의 풍경으로 희석시키며 조화로움을 이끌어내는 방식 역시 주목의 원인이다. 이는 단순히 공간의 규정성이나 개개의 사물에 대한 형태 따위가 아닌, 구도나 구성 등 사물과 사물의 상호관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결과다.
그렇다면 작가는 그의 그림 속에 무엇을 담고 싶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작가는 ‘그곳’이라고 짧게 말한다. 즉, 언제나 가고 싶었던 곳, 평안이 있고 위로가 있고 삶의 에너지가 있는 곳, 누가 들어도 재미난 이야기가 넘치고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멀리 음악처럼 들리는 곳이다.
그럼 그런 곳은 어디일까.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작가에게 ‘그곳’은 바로 유럽의 한 작은 마을 어귀이다. 양세히는 그곳의 평화로운 골목에서 도심의, 삶의, 관계의 번거로움도 시끄러움도 없었고 질시 및 경쟁도 없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그곳’엔 평화와 여유로움이 흘렀다.
흥미로운 건 필자도 유럽을 많이 가봤지만 ‘그곳’에 관한 양세히의 느낌과는 달랐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만 해도 퐁텐블로 숲 근방의 바르비종(Barbizon)에 들어서면 밀레(Jean François Millet)의 위선적 삶부터 연상되고, 파리에선 역사와 종교를 우아하게 다루던 아카데미즘의 상투성과 매끈한 이상주의에 사로잡혀 있던 신고전주의자들의 특별한 인습에 반발해 일상의 평범함을 모티프로 한 작업으로 당시 화단에 충격을 던졌던 작가 구스타프 쿠르베(Gustave Courbet)가 떠올랐으니 말이다.
그런데 양세히의 눈엔 안락함과 고요함이 먼저 새겨졌고, 그의 마음엔 위로와 평안이 각인됐다. 유럽의 도시가 문명의 꽃이라는 신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그저 푸석한 마음으로 대하는 반면, 양세히는 시인의 감성으로 또는 음악가의 손길로 유럽 풍경을 기록했던 것이다. 이는 동일한 어떤 것을 보더라도 가치관과 세계관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적 삶에 익숙해있거나 아니면 같은 장소라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리움’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요즘처럼 외출이 힘든 팬더믹 시대를 맞아 그 그리움은 종종 예리한 통증처럼 다가온다. 교류할 수 없다는 단절이 잉태한 내적 답답함이 외부로 분출되지 못한 채 항상 갇혀있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혹은 다른 이유로 그리움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양세히의 그리움을 촉발하는 요소는 당시의 ‘기억’이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갈증이 그리움으로 표현되는 것이라는 게 옳다. 때문에 그의 회화에는 온통 시간의 결로 채워져 있다. 그에게 미술은 시간의 결을 낱낱이 새기는 무대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 중 시선을 끄는 작품이 있다. 그것도 여럿 된다. 그 중에서도 흑백의 고택과 차분한 인상을 심어주는 녹색의 커다란 색면이 푸른 대기와 맞물려 화면을 가득 메운 2014년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다. 시야를 트이게 하는 여백이 강조된 조형방식도 변별력을 갖게 하나, 이야기가 함축된 적절한 ‘조응’이 두드러진 작업이다. 전시작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두 개의 애드벌룬이 화면 오른쪽에 떠있는 2017년 작품도 인상적이다. 애드벌룬이 없었다면 정서적 환기에 더욱 숨통이 트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으나, 색의 조화로움과 정겨움 물씬한 이 작품은 작가의 주제의식과 맞닿는다.
이밖에도 하얀 배 한척이 바다에 떠 있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성의 첨탑이 화면 중심에 자리한 2021년 작품(이 작품은 낮과 밤이 있는데, 낮이 더 낫다. 밤은 낮보다 설명적이고 인위적이다. 사유의 폭을 협소하게 만든다.)과, 눈 덮인 설산에 알록달록 산포된 붉은 색 열매를 매단 나무들이 패턴처럼 드리운 가운데 화면 아래 수수히 둥지 튼 세 채의 집이 묘사된 2021년 풍경도 다른 작업과 비교해 상대적 수작으로 분류된다.
이들 작업은 해바라기를 그린 작품과 비교할 때 수준차이가 심하다. 해바라기가 잔뜩 그려진 작품들의 경우 개인적으론 전시에 제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영역이고, 실제 출품 여부 또한 알 수 없다. 다만 어떤 태도와 목적으로 그림을 대하느냐의 차이는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해바라기는 아마 상업적 결과를 생각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작가가 그린 대부분의 풍경들은 의식 저편에 숨어 있는 그리움을 잘 담아내고 있다. 분명 현실을 텃밭으로 한 것임에도 때론 기존 관념의 탈출이자 자신을 찾아가는 자아실현의 여정으로까지 비춰진다. 삶을 보내며 무수히 억압받고 옥죄어 오는 것들로부터의 자유, 적당히 유지해야할 관계의 고단함, 예술을 통해 변화하려는 욕구에 대한 갈망이 이들 <그곳에 가면> 시리즈에 배어 있다.
<그곳에 가면>은 작가의 기억에 의존하지만 상상을 유발하는 명사인 ‘그리움’이 덧대지면서 확장되며 우리와 호흡한다. 그 호흡을 가치 있게 만드는 미적 감성을 원천으로 한 시각과 공감이다. 인식된 결과에 관한 조형적 해석을 비롯해, 색채와의 관계를 감지한 나름의 언어도 호흡의 주요 요소다.
실제 그의 그림들은 시각을 통해 건져 올린 구상성을 바탕으로 하되 치밀하기보단 다소 여유롭게 풀어헤쳐나감을 선택하고, 비정형적인 구도와 넓은 여백, 단순한 묘사, 상황과 감정에 따른 색감의 적절한 변화가 하나의 화면에서 합일화 된다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그는 형상의 부분들이 맺는 관계의 산출을 느낌의 심리적 특질로 변환시키면서 공감의속성에 가속도를 붙인다. 작가는 그렇게 삶과 일상의 관계에서 생산된 의미들을 ‘그리움’에 담아 회화로 옮겨놓는다. 그건 간혹 휘황하지만 소박하며, 화려하지만 검소한, 있는 그대로의 감성으로 구축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그의 이야기는 곧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나와 당신의 일화이다. ‘그리움’을 말하지만 눈을 돌려 감지되는 일상이 그의 실질적 주제이고 양세히가 지향하는 건 사랑과 행복, 꿈과 희망 등이다. 물론 회상마저도 그에겐 작품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양세히의 ‘그곳’은 ‘유럽의 작은 한 마을’이라기 보단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저마다의 ‘그곳’, 모든 이야기가 발화하는 ‘그곳’일 수 있다.
양세히 - 그곳에가면 2021 116.8x91.0 oil on canvas
양세히 - 그곳에가면 2021 72.7x60.6 oil on canvas
양세히 - 그곳에가면 2021 90.9x72.7 oil on canvas
문화가 모이는 곳 "대전공연전시" http://www.gongje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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