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에밀리를 위한 장미(A Rose for Emily) 展
유형 : 대전전시(사진전)
날짜 : 2021년 12월 21일~12월 31일
관람시간 : 10:00~18:00, 전시마감일 : 10:00~14:00, 매주 월요일 휴무
장소 : 갤러리 더빔 Gallery The Beam
 (대전 유성구 동서대로179번길 62-8, 2층)
문의처 : 갤러리 더빔 042-822-8887 

 

 

 

 

 

 

전시 서문

에밀리를 위한 장미(A Rose for Emily)
  -Still Life exhibition with 4People -


                                                                             전시기획 이정희


현대 정물사진은 사물의 재현으로서만이 아니라 내적인 표현을 위해 무한히 확장되고 있다. ‘보여지는’ 사물의 이미지가 내적인 영역으로 의미화할 때 새로운 미학적 체험이 가능해진다. 백명자, 서동훈, 윤미란, 한지혜 4인이 보여주는 사진은 일상에서 만나는 정물이다. 일상이 세계와의 접촉과 상호작용에 의해 예술이 될 때 이미지는 미적 현상과 공공성을 가진다. 작가는 기꺼이 세계의 모든 감각을 열어 모든 존재의 청자가 됨으로써 경청과 응답의 장으로 만드는 창조적 메신저이다. 정물의 의미화는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사건들과 목소리에 끊임없이 귀 기울여 들여다보는 작가의 섬세한 고민 속에서 이루어진다.

백명자와 서동훈, 한지혜의 이미지는 그들의 일상 속에 녹아있다. 사물과의 만남에서 빚어지는 감정과 사유의 결정물이다. 끊임없는 사진찍기는 일상의 삶과 감각의 변화를 가져오며, 외부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공공의 세계에 관계하게 한다. 백명자와 서동훈, 한지혜의 작업은 영화 ‘패터슨’의 시적 태도와 닮아있다. 패터슨의 아내 로라가 욕망하는 예술가의 모습이 작품을 제작하여 외부의 인정과 찬사 속에 자신의 위상을 실현하려는 것이라면, 패터슨의 예술은 어떤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예술이라는 꿈속에서 은색 코끼리를 타고 가는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의 진정한 관계에 있다. 패터슨의 몸에 맴도는 옅은 맥주향처럼 그들의 사진찍기는 이름없는 것들을 향한 대화이며 응시이다. 백명자의 사랑하는 이들이 선물해준 꽃, 땅 위에 납작 엎드린 야생화, 서동훈이 선보이는 떨어진 마른 꽃잎과 날개가 찢겨진 나비, 길가에 밟힌 해바라기, 한갓 부엌의 붉은 고추와 양념들을 위엄있게 제시한 한지혜의 이미지는 한나 아렌트의 언급이 생각나게 한다. ‘예술작품은 작가가 제작한 사물이지만 일상의 용도에서 벗어난 특수한 사물이다. 일상의 사물이 예술작품으로 제시될 때 사물체계는 사멸적 존재의 영원한 거처로서 자신을 장엄하게 현시한다.’ 또한 윤미란의 모란이미지는 가장 화려하면서도 비극적인 귀족가문의 에밀리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본 전시의 제목이 된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속 주인공 ‘에밀리’는 가부장적 권력과 규범과 과거의 영광 앞에서 몰락해간 이들을 의미하지만 오늘날 여전히 고통과 고립 속에 억압된 우리 시대의 에밀리이기도 하다.

이미지는 귀기울임을 통해 다른 이들의 존재를 응시함으로써 다가온다. 다양한 담화가 이루어지는 아고라처럼 4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정물은 세계를 떠도는 무수한 말들, 고독한 공간에 버려진 이들을 향한 연민의 손짓이다. 고립과 외로움은 사회적 위상과 부의 처지와는 또 다른 것이다. 4인의 정물사진전은 고독한 공간에 고립된 오늘날의 에밀리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크리스마스다. 사랑은 행위를 통해 증명된다. 우리 시대의 고독한 에밀리를 위하여, 마음을 담은 장미 한송이를 전해주시기를.



[작품 설명]

 

 

 

서동훈# 버려진 영혼1 100X75cm inkjet print

 

 

 

서동훈# 버려진 영혼2 150X100cm. inkjet print.

 

 

 

서동훈# 버려진 영혼3 150X100cm. inkjet print.


서동훈

버려진 영혼                              

어느날 문득 난 무언가를 밟았다.
누가 꺾어 버렸을까? 수없이 짓밟힌 해바라기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있다
순간 뭉클함이 내가슴을 적시었고 그도 나도 서로 한참을 응시하고
잠시 시간이 멈추었다.

나를 닮았다 그랬다
진흙 속에 박혀서도 빛이나는 너는 그랬다

그후 난 버려지고 짓밟힌 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상처입은 그들에게 다시 꿈과 희망과 욕망을 불어 넣어주고 
천상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게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충분히 다른 누군가를 즐겁고 기쁘게 해주었을
모든 영혼들 고통없이 환한 웃음으로 떠날 수 있길...

 

 

 

백명자# 크리스마스 앤솔로지1 100x100cm. inkjet print

 

 

 

백명자# 크리스마스 앤솔로지2 100x100cm. inkjet print.

 

 

 

백명자# 크리스마스 앤솔로지3 23X140cm. inkjet print.


백명자

크리스마스 앤솔로지(Christmas Enthology)

소설 같은 이야기다, 나치에 점령당한 벨기에의 유대인계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유대인 등록령이 떨어지자 오케스트라단에서 해고됐고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때 그녀의 연인이며 오케스트라 동료인 남자가 그녀를 외곽의 사촌형 지하창고에 숨겨주었다. 2주에 한 번씩 물과 빵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컴컴한 지하창고에 찾아왔으나 남자 역시 가난했으므로 바구니는 초라했으나 남자는 바구니 밑바닥에 자신이 작곡한 악보 한 장씩 늘 깔아놓았다. 여자는 어두운 밤인지 낮인지 분간 없는 긴긴 하루를 보내면서도 바이올린을 꺼내 허공에 줄을 그으며 그 악보를 연주했다. 조명 없는 무대의 소리없는 연주였다. 남자가 건네준 빵과 악보는 죽음 앞에 떨고 있는 여자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세상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전쟁과 학살과 가난과 콘크리트 도시의 고립 속에서 떨고 있는 외로운 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나는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받은 꽃을 얼려 사진으로 남겼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사랑의 흔적이다. 그러나 이제 나의 꽃들을 누군가에게 보내련다. 불화와 오해와 갈등으로 고통받는 모든 시대의 가여운 에밀리에게 나의 꽃들을 바치련다. 홀로 12월을 보내는 이름없는 그 누구, 불러주는 이 하나 없는 어떤 이에게 보내는 나의 크리스마스 꽃다발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도 나의 크리스마스 꽃다발을 보낸다, 나의 꽃다발, 환한 빛의 호위가 되기를. 

 

 

 

윤미란#  vanitas1 58X74cm

 

 

 

윤미란#   vanitas2 46X63.5cm

 

 

 

윤미란# vanitas3  74X46cm


윤미란

vanitas                                                                
 
화려함과 부귀의 상징인 모란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만개한 모습에서 시들어가는 과정은 유한한 인간의 삶과 다르지 않다. 모란의 화려하게 피어있는 모습과 시들어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역설적인 변용 과정을 통해 인간의 일상이 내포하는 삶의 덧없음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사진적으로 탐구한다. 모든 존재는 오래전부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왔고 이는 영원히 되풀이되고 있다. 변화하지 않는 영원성의 갈망과 존재의 유한함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죽음이나 사물의 소멸은 우리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하며 더욱 영원함에 집착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현재의 화려한 모습에만 집착하면 결국 절망과 낙심에 빠져버린다. 기꺼이 죽음을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삶이 지금의 아름다운 삶을 만끽하고 다가오는 변화의 길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간다. 결국 성숙한 삶은 허무와 죽음을 인식하고 수용할 때 비로소 온전해진다. 나의 모란이미지는 시대의 변화와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에밀리의 상징으로서 올려본다. 과거의 영광 앞에서 몰락한 여인이었으나 그녀가 품었던 불꽃같은 사랑과 광기와 열정은 여전히 아름답다. 

 

 

 

한지혜# 이름없는 것들을 위한 송가1 66X100cm. inkjet print.

 

 

 

한지혜# 이름없는 것들을 위한 송가2 66.7x50cm, inkjet print

 

 

 

한지혜#  이름없는 것들을 위한 송가3 150x100cm. inkjet print.


한지혜

이름없는 것들을 위한 송가

가끔은 삶이 예술이 되길 원하면서 사소하고 하찮은 사물들을 예술의 문맥으로 옮겨 놓을 때 작은 기쁨을 느낀다. 일상생활의 식재료 등 자연의 식물들은 언뜻 예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이 오브제를 Still life 대상으로 삼을 때 그것은 하나의 독창적인 예술이 되기도 한다. 이번 작업은 일상 속 주방의 재료들을 주인공 삼아 특히 그 다채로운 색채에 주목하고 조형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여 이미지가 새롭게 재해석될 수 있도록 표현하고자 했다. 평소 친숙했으나 무관심으로 바라봤던 그것들을 특별한 시선으로 마주하니 이것도 한 다발의 꽃처럼 귀하고 아름답다. 장미나 튤립만 아름다우란 법 있는가!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자연물 가운데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우리는 그것들을 다 안다고 할 수 없고 과학으로도 그 안에 담긴 생명의 신비함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앞으로 미시적 시각으로 자연에서 난 것들의 본질적인 구조와 질서를 찾고 미적으로 승화시키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존 러스킨은 “색채와 인간과의 감정 관계를 ‘완전한 오감과 올바른 기질을 가진 사람은 모두 색채를 즐긴다. 색채는 영원한 마음의 위안이며 즐거움이다”. 라고 표현했다. 세잔 역시 ”색채가 풍부할 때 형태도 풍부해진다. 색채는 색 자체로서 선이나 형태의 조형 요소를 대신하고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요소이다“ 라고 언급했다. 색채는 빛이고 생명이며 정신세계이며 내밀한 영혼을 상징한다. 이번 작업은 자연의 색채를 통하여 식재료가 단순히 먹거리의 재료가 아닌 품위 있고 아름다우며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서 재조명받고자 했다. 다채롭고 화려함을 자랑하는 그 어떤 꽃보다도 강렬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이 특별한 꽃들이 우리의 얼어붙고 경직된 마음에 생명력을 전해주길 바란다.  

 

 

 

 

 

 

▣ 참여작가 : 서동훈, 백명자, 윤미란, 한지혜

 

 

 

 

문화가 모이는 곳 "대전공연전시" http://www.gongje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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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전공연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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