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은빛날개를 가졌을 때-정옥영(JEONG, OCKYOUNG)개인전
전시회 2025. 3. 27. 22:28 |
전시명 : 내가 은빛날개를 가졌을 때-정옥영(JEONG, OCKYOUNG)개인전
유형 : 대전 사진전
날짜 : 2025년 4월 8일~4월 13일
관람시간 : 10:00~18:00, 전시마감일 : 10:00~15:00, 월요일 휴관
장소 : 대전예술가의집
문의처 : 예술가의 집 , 042-480-8081~8
기타 : 작가와의 대화 : 2025.4.12.(토요일) PM4:00
[전시회 소개]
전시 서문
정옥영 개인전에 부치어
-내가 은빛날개를 가졌을 때-
정옥영의 이미지 아포리즘(Image Aphorism)
이정희(사진평론가)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아포리즘’은 삶을 살아가면서 깨달은 교훈을 간결하게 표현한 격언이나 경구와 같은 것이다, 체험적이며 그 사람만이 가진 개별성이 드러나는 것이기에 정옥영은 그의 사진집 도록에 아포리즘형식의 짧은 텍스트를 사용한다. 그녀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텍스트로 이야기 길을 제시하지만 이미지와 텍스트를 보는 관람자들은 제각기 자신의 이야기로 읽어낼 것이다. 의미의 미끄러짐을 통해서 작가는 사라지고 수많은 의미를 새롭게 발생시킨다. 예술은 그러한 의미의 발생을 통해 다양한 생각과 차이를 끌어내고, 서로의 막힌 담을 넘어 생의 비탈길을 함께 올라서게 하는가 싶다.
이미지의 변용
정옥영은 빛이 스며든 벽과 벽, 사이와 사이, 면과 면을 찍는다. 이미지를 찍어 다시 배치하여 색을 입힌다. 포스트 포토그래피시대의 작업방식이다. 사실, 이러한 조형방식은 이미 과거에도 시도된 방식이다. 초기 사진가 오스카 레일랜더와 헨리 피치 로빈슨의 합성사진, 베를린 다다이스트인 존 하트필드, 한나 회흐, 라울 하우스만의 포토몽타주, 르네 마그리트의 데페이즈망 기법, 막스 에른스트와 피카비아와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피카소, 브라크 등 입체파에 의해 시도된 콜라주, 동시대 사진가 제프 월, 안드레이 구르스키 등에 의해 시도된 이미지합성, 모두 콜라주의 선례들이다. 정옥영은 조형미와 주제의 의미화를 위해 현대사진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는 조형기법에 주목한다. 이미지의 재구성을 통해 작가는 의미를 입힌다. 작가 정옥영은 자신의 사진이 내면성에서 깊이 읽혀지기를 원한다. 마크 로스크가 자신의 작품은 결코 추상회화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던 것은 작품에서 그의 영적인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을 관람자들에게 경험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옥영 역시 이미지 앞에서 ‘지금’, ‘여기’를 경험하는 감정의 밀도, 그것을 관람객들에게 전하려 한다.
포스트 포토그래피시대의 숭고
포스트 포토그래피시대의 디지털 사진은 그 경계가 매우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의 출현으로 사진의 실재와 허상에 대한 지표성 논쟁은 이제 진부하다. 디지털 이미지에서 재현으로 나타나는 ‘거기 존재했었음’이라는 피사체의 본질은 중요하지 않다. 디지털 사진에서 조작과 변용을 통한 사진 이미지는 단순히 기술에 의한 형식적 변화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포스트모더니즘의 결합은 현시(顯示)될 수 없는 것이 현시된다는 것. 디지털 이미지의 시간성은 디지털 숭고로 연결되며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리오타르의 숭고개념과 만나면서 사진이미지의 미학성이 보장된다.’1) 오늘날, 사라져가는 아날로그 방식의 사진기법이 오히려 특별한 오리지널리티의 권위를 누리지만 새로운 디지털시대의 사진은 이데올로기든 정념의 세계든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이미지화할 수 있다는데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 정옥영 의 이미지 역시 이미지의 재현이나 현시를 벗어난 디지털 숭고개념으로서 ‘지금’, ‘여기’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녀의 콜라주는 리오타르가 숭고개념으로 해석한 바 있는 바넷 뉴먼과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을 오마주한다. 이미지의 합성과 이미지를 지우고 부각시키는 이미지의 변용, 포토샵을 통한 색채의 재구성을 통해 자신의 어두움 저편에 자리한 기억의 한 조각을 풀어냈다. 그녀의 사진적 과제는 디지털 기법 자체보다도 디지털기술로 변용시킨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의 어두운 기억을 제물 삼아 관람자로부터 다양한 이야기와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에 관점을 둔다.
두 개의 충동: 색채와 가변성
리오타르가 언급한 숭고는 강력하고도 애매한 감정으로 즐거움과 동시에 고통을 수반한다. 숭고개념의 새로운 현대적 해석을 불러온 리오타르의 관점에서 예술의 지향점은 무엇의 ‘의미’가 아니라 ‘숭고함’ 그 자체를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 숭고미학은 의미의 해석보다 관람자의 감정변화에 초점을 둔다. 리오타르의 이런 태도는 과거로부터 소외된 것들에 대한 회복이며, 깊이 감추어져 있는 것들의 드러냄이고 알려지지 않은 것의 새로운 창안에 있다. 정옥영의 이미지는 과거의 기억을 ‘지금’ ‘여기’로 소환한다. 보이지 않는 것의 용기있는 드러냄이다. 관람자가 인간 내면세계의 심연에 연민을 갖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이미지에서 무의식의 공간과 중첩된 슬픔의 조각들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삶의 그늘은 늘 감춰져 있다. 6년 전 사진을 접했던 정옥영은 공간과 빛의 틈을 탐색하면서 우리가 사진이라 믿어왔던 전통적 사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녀는 색에 천착한다. 사물의 색 너머의 또 다른 색을 찾아가는 동안, 벽을 찍고 미술관의 열린 문틈의 빛을 찍고 허름한 골목길이 만들어내는 빛과 어둠을 찍으면서 사물과 빛의 환영이 만드는 색의 통로에서 그녀는 기억의 저편으로 날아든다. 팝아트 시대의 젊은 예술가들의 주된 표현수단이던 강렬한 색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무한정 복제되며 어떤 크기나 색으로 변형되는 디지털의 가변성이 그녀의 마음을 이끌었다. 그 두 개의 충동이 그녀의 첫 개인전이 되었다. 사진작업은 고독한 시간 속에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이다. 고독한 내부에서 피어오르는 빛이 삶에 대한 통찰과 창조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사진작업은 내면의 무수히 많은 ‘나’를 만나고, 그 수많은 ‘나’에게서 어떤 ‘나’를 끌어내어 세계와 만나고 상처를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맺는 글
예술이 그 무용함에도 우리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은 함께 울어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 정옥영에게 그러하다. 여기 시 한 편이 있다. ”뿌리가 없는 나는 몸을 미루나무에 기대고 뿌리가 없어 위험하고 비틀거리는 길을 열고 있습니다. 엉겅퀴로 가서 엉겅퀴로 서 있다가 흔들리다가 기어야 길이 열리는 메꽃 곁에 누워 기지 않고 메꽃에서 깨꽃으로 가는 나비가 되어 허덕허덕 허공을 덮칩니다. 허공에는 가로수는 없지만 길은 많습니다. 그 길 하나를 혼자 따라가다 나는 새의 그림자에 밀려 산등성이에 가서 떨어집니다. 산등성이 한쪽에 평지가 다 된 봉분까지 찾아온 망초 곁에 퍼질러 앉아 여기까지 온 길을 망초에게 묻습니다. 그렇게 묻는 나와 망초 사이로 메뚜기가 뛰고 어느새 둑의 나는 미루나무의 그늘이 되어 어둑어둑합니다“2) 시를 읽노라니 어린 정옥영의 모습이 어른댄다. 평론을 부탁하러 온 날, 그녀의 기억 저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야기는 마음을 건넨다. 그녀의 사진도 우리에게 그러할 것이다. 그녀가 만들어낸 기억의 긴 미로가 외로운 자들의 마음을 쓰다듬어줄 것이다.
1) 박종현, 「포스트포토그래피의 디지털 숭고」,기초조형학연구회, 2010, vol.11, no.3, p.156.
이필, 「포스트포토그래피 시대의 초현실주의의 귀환」,미학예술학연구회, 2017, vol.51,참고.
2) 오규원의 시‘둑과 나’ 일부
[작품 설명]
정옥영 - 만약에 내가, pigment print, 55x68cm, 2023
정옥영 - 그리고 빛, pigment print, 45x63cm, 2023
정옥영 - 어쩔수 없이, pigment print, 35x35cm, 2023
정옥영 - 하루, pigment print, 23x27cm, 2023
작가노트
내가 은빛날개를 가졌을 때
Post photography 시대에 디지털이미지에서 재현으로 표현되는 ‘거기 있었음’ 이라는 피사체의 본질의 의미는 많이 희석되었다. 디지털 사진에서 조작과 변용을 이용한 사진이미지는 단순히 기술에 의한 형식적 변화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주제의 의미화를 가지기 위한 조작과 변용이 있을 때 현대 사진의 위치에 바르게 설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가 안드레아 구르스키도 조형미와 주제의 의미화를 위해 현대사진에서 자주 사용하는 콜라주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재구성 하였다. 이번 전시는 어린 시절 엄마의 부재로 인하여 어린아이가 느꼈을 외로움과 트라우마의 기억을 시간과 공간으로 확장시켜 철학적 명제와 기호로 승화시켜 내면의 감정을 표현했다.
괴테의 ‘색체론’에서 색은 우리의 정서와 직결되어 있으며 예술의 한 요소로 최고의 심미적 목적을 위해서 이용될 수 있다고 했다. 각자 살아온 환경이나 경험에 따라 인식되어진 색에 대한 느낌은 보편적이기도 하고 극히 개인적이라고 본다. 나의 작업은 도시건물이나 풍경을 사진 찍고 색으로 단순화하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이미지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미지가 나타나는데 나의 마음을 건드리는 지점에서 작업이 시작된다. 새로운 이미지에 나비, 시계, 종이배, 저울, 등을 콜라주하여 작업하였다. 디지털 콜라주하는 과정에서 어떤 내러티브로 구성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작업하였다.
나에게 빨강색은 마음 속 깊이 침잠되어 있는 색이다. 여름날 엄마의 상여가 나갈 때 슬프고 아득했던 나의 머리위에 내리비치는 강렬한 태양의 빛은 죽음의 색으로 기억되어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나에게 빨강색은 용기가 필요한 버거운 색으로 남아있다. 보라색은 유년시절의 복잡한 감정들을 내포한 마음의 색이다. 보라색은 빨강색과 파랑색의 혼합색이다. 긍정의 마음과 부정의 마음, 현실을 인정하려는 마음과 현실에서 도망가려는 두마음의 충돌은 나를 힘들게 하였다. 그런 하루하루를 살아냈던 나의 시간을 보라색으로 표현하였다. 검정색은 사춘기 시절, 엄마의 부재로 인한 텅 빈 공허의 색이다. 또래 아이들에게서 느꼈던 친구들의 자신감이 내게는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성적인 내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그 시절에는 엄마의 부재만으로도 나를 주눅 들게 한 것도 사실이다. 파랑색은 가능한 누구와도 충돌하지 않으면서 나의 자리를 만들려고 부단히 애쓰며 살아온 지난날들의 시간에 대한 기억이다. 색은 다의적이다. 색이 주는 느낌은 환경에 따라, 경험에 따라, 색을 접했을 때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내가 느꼈던 것들을 나만의 해석으로 색을 선택하였다.
이번 작업에서 사용된 오브제들과 표현된 색들은 유년시절에 대한 회상이며 기억이다.
애면글면한 시간 속에 잊힌 기억이기도 하고 내면에 자리 잡은 들키고 싶지 않은 심상이기도 하다. <내가 은빛날개를 가졌을 때>의 작업과정을 통해 심상에 머물고 있던 외로움을 견디었던 시간들과 기억들이 열리거나 유연해져 깊은 내면에 빛이 찾아 들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정옥영 - 오늘, pigment print, 65x45cm, 2023
정옥영 - 희망을 찾아, pigment print, 105x70cm, 2023
정옥영 - 작은위로, pigment print, 105x70cm, 2023
정옥영 - 잃어버린 여정 속에서, pigment print, 46x53cm, 2023
정옥영 - 살아있기, pigment print, 35x35cm, 2023
정옥영 - 시간속의 기억, pigment print, 23x27cm, 2023
정옥영 - 흘러갈 수밖에, pigment print, 35x35cm, 2023
정옥영 JEONG, OCKYOUNG 鄭玉永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나의 내재된 감정의 표출 작업으로 사진을 시작했다. 첫 개인전 ‘기억속의 기억’ (디지털전시, 빛이든 공간, 2023)을 열었으며 2024년 리멤버 포토 제주사진전. 2019년,2022년 PASA FESTIVAL 디지털 전시 등 기획전과 그룹전에 참여해왔다. 색체와 조형미를 기반으로 주제의 의미화를 위해 현대사진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콜라주를 이용하여 사진을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개인전
2023 기억속의 기억 디지털 전시 (빛이든 공간, 서울)
단체전 및 기획전
2024 대전사진축제- 가짜노동 (우연갤러리, 대전)
텐보이스-그 침묵의 소리 (아트갤러리 전주, 전주)
완벽한 날들 (솔 갤러리, 대전)
텐보이스-그 침묵의 소리 (탄 갤러리, 대전)
2023 코끼리의방-space,space,space (탄 갤러리, 대전)
텐보이스-추상시리즈 (예술 곳간, 청주)
2022 CONNECT 디지털 전시-추상시리즈 (빛이든 공간, 블루스케어 NEMO, 서울)
TEN VOICES-추상시리즈 (탄 갤러리, 대전)
2021 Lohas's Mythos-에로스와 타나토스 (대청문화전시관, 대전)
2019 제4회 Pasa Festival CROSS-조우 (판교ICT문화융합센터, 판교)
저서
2024 Ten Voices-그 침묵의 소리 (눈빛출판사)
가짜노동
2023 Ten Voices-아르카디아를 꿈꾸며 (눈빛출판사)
추상사진시리즈
CONTACT
instagram @jeong ockyoung
문화가 모이는 곳 "대전공연전시" http://www.gongjeon.kr/
'전시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갤러리메르헨, 김지윤 개인전 '사랑愛' (0) | 2025.03.26 |
---|---|
다온아트갤러리, 이철희 우리의 얼展 (0) | 2025.03.26 |
아리아 갤러리, 강지현, 신예진, 은가비 3인 초대전, 빛과 색, 그녀들의 이야기展 (0) | 2025.03.24 |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 DMA캠프 2025, 임보람 '공백을 채우십시오' (0) | 2025.03.21 |
대전시립미술관, 2025 세계유명미술특별전 '불멸의 화가 반 고흐' (0) | 2025.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