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몽상가들(Dreamers) 展 블룸즈버리 현대사진작가회 - 끝없이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에서 -
유형 : 대전 사진전
날짜 : 2024년 11월 1일~11월 8일
관람시간 : 10:00~18:00, 전시마감일 : 10:00~15:00
장소 : 갤러리 탄(TAN)
, 대전  서구 문정로148(탄방동, 굿앤월드 빌딩 502호)
문의처 : 갤러리 탄(TAN) 042)489-8025
기타 : 작가와의 대화 : 2024.11.2(토요일) PM 3:00 





전시 서문 

2024 블룸즈버리 현대사진 작가회 그룹전
몽상가들 (Dreamers)


끝없이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에서


이정희(기획 및 평론)

동학사쪽으로 가는 길 왼편 실개천을 따라가노라면 인가가 끊어진 끝자락 어디쯤에 외딴집 하나가 있다. 우연히 발견한 집이지만 퍽 마음이 가는 집이어서 가끔 들러가곤 했지만 소유한다는 복잡한 과정이 어려워 바라보기만 하는 집이었다. 울타리 없는 마당에는 장정 셋을 합한 만큼이나 높이 솟은 아주 신비로운 미루나무가 있어 보르헤스의‘끝없이 갈라지는 오솔길’을 생각하곤 했다. 55살에 눈이 보이지 않아 평생 미로를 걸었던 보르헤스의 마음속 오솔길이 이런 곳이었을 게다. 휑한 바람만 잠깐 머물다 가는 햇살 바른 곳이지만 상상만으로도 아름다운 곳이다. 

보르헤스의 소설속 주인공 쥐팽노인은 한 권의 책과 하나의 미로를 만들기 위해 모든 생을 바쳤으나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어지러운 원고뭉치 외엔 어느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노인이 남긴 책이라야 앞뒤가 맞지 않는 초고들을 어설프게 엮은 원고에 불과했다. 보르헤스의 오락가락하는 소설에서 3장에서 죽었던 쥐팽노인이 4장에서 다시 등장하여 이렇게 말한다. ”시간은 당신의 상상으로 증식합니다. 나의 평생 목표는 두 가지였습니다. 한 권의 책을 쓰는 것과 하나의 미로를 건축하는 것이지요.” 누군가는 그의 소설이 미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간은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갈래로 자라는 나뭇가지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여행자 앞에 무수히 많은 시간들이 생겨난다. 모든 현재는 무한히 두 갈래로 갈라지는 가능성을 가진다. 

쥐팽노인의 미로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세계의 수많은 길들은 모두 각기 다른 아름다움의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시간은 알파와 오메가의 시간이며 순간의 정점인 동시에 모든 것의 시간이 된다.“미로를 무사히 빠져나가려면, 하나의 방향으로만 돌아야한다. 길을 잃어도 왼쪽으로 왼쪽으로 계속 돌다보면 출구를 찾게 된다.”그러나 쥐팽노인의 미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숲은 여행자가 만들어내는 모든 갈래를 긍정하며 결국 하나로 만나기 때문이다. 어느 곳으로 가도 우리를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시간의 나무에 돋아난 모든 미래가 실재라면, 미로 속에서 여행자를 이끄는 그 길잡이는 무엇일까. 끝없이 미로를 걷게 하는 그 매혹된 세계, 수없이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 그 세계란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예술의 세계가 아닐까? 

미쳐야 미친다, 뜨거운 니체적 인간으로 돌아가기, 캐런 바라드의 얽힘과 스며듦은 2024년 블룸즈버리의 중요한 사진적 주제였다. 이번 전시는 대부분 수업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적용하여 작업을 진행하였다. 결과물을 내놓는 일보다 그 과정의 즐거움이 크다. 책 읽는 고통과 이미지를 알레고리화하는 시도는 우리의 뇌근육을 수없이 자극했다. 판에 박은 기성의 개념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진부함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마주침, 사물과 세계의 기호가 내뿜는 비밀과 즐거움을 체험할 때, 참된 본질을 보게 된다. 그것은 피상적인 정의와 다르다. 지난 해 ‘율리시스’의 여정은 올해의 주인공 캐런 바라드의 신유물론으로 이어져‘얽힘’.‘양자역학’,‘회절’이란 낯선 단어와 조우하였고, 우리 모두를 뜨겁게 매혹시킨 니체의 예술미학은 욕망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수립해 주었다. 사진작업의 수행과정에서 만난‘프루스트의 기호’와 왕은철교수의 ‘트라우마와 문학’또한 무심한 세계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 되었다. 



[작품 설명]

◎ WED FOTO COMUNE 콜라보레이션 작가

문상욱.자연에서의 명상1, 104x184cm,  Acrchval pigmnet print , 2023   

문상욱/ "자연으로부터의 명상“

인간은 자연에서 나고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생각하여 우주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그들과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하여 사유해왔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초기 기독교에서 지구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았을 뿐 줄곧 지구를 무기체로 생각하여 인간의 편리함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지구를 파괴해왔다. 근래에 와서 지구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아야 한다는 이론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자연에 대한 도전을 멈추어야 한다.


박정임, special vesetables-red endive30x24cm, gelatin silver paint

박정임/ Special Vegetables

그들은 흠결 없이 반듯하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도록 매끄럽게 포장되어 놓여 있다. 야생에서 자유롭게 자라난 생물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인간의 손길로 길러진 존재들이다. 빛을 받으며 자라났겠지만 그 빛마저도 계산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들 앞에서 멈춰 선다. 매끈한 표면, 규격화된 형태, 완벽함을 자랑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다.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서 적당히 차가운 온도 아래 송글송글 희미하게 호흡하며 신선한 생명임을 보여준다. 그렇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생명으로서 뿜어내는 숨이었다. 주섬주섬 장바구니에서 그들을 꺼내어 사람의 초상처럼 마주한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그들은 대상이 되어 고요하게 시들어간다. 나는 이기적인 사진가일 뿐이라 좀 슬퍼졌다. 


julia, Permeate 1, 120x89cm, P.C.  UV Print, 2022

Julia won/ 스며들다

스며들다는 일상 속 평범한 사물들이 빛과 어둠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본모습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은 사물의 복잡한 형태에서 절제된 단순함과 자유로움을 찾는 데 중점을 두었다. 단순히 사물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여백과 모호한 경계를 통해 관객과 감정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수작업한 배경지로 촬영된 이미지는 사진적 우연을 통해 사물의 감성적이며 회화적인 형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알루미늄과 아크릴판을 활용하여 평면적인 사진을 입체적 설치 작품으로 확장하며,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접근 방식으로 사진 매체의 가능성을 넓혀나간다. 이러한 전시 방식은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해준다.


 

 

◎ WED FOTO COMUNE 작가

김성순, 만남의 삶, 꽃, 물, 바람, people, image by media play,2024 

김성순/ 만남의 삶

캐런 바라드는 모든 현실적 삶은 만남으로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얽힘'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삶 속의 모든 것이 관계의 과정을 통해 존재하게 된다는 의미로 존재의 기본 단위를 독립된 사물이 아닌 현상으로 보았다. 인류는 알게 모르게 자연과 그 현상에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기쁨을 찾으며 삶에 열중한다. 나는 자주 집 근처의 수목원과 주변 공원의 꽃들과 물방울이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의 신비한 현상에 감탄하면서 얻어진 사진들에 음원을 넣어 시각과 청각으로 함께 즐기는 영상을 선보인다. 지구 생태계 안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과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환경까지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동의 집으로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업을 했다.


김영순, A Truly Wonderful You, 20x25cm, pigment print 

김영순/ 긴 여로

올 여름 ‘Karen Barad’의 양자 얽힘과 다가올 정의로 나의 생을 또 한번 도발한다.
과학과 사회현상이 서로 얽혀드는 스토리는 익숙한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몽상가. 몽상가들은 자주 헛된 것을 상상한다. Just dream!!
오늘의 주제는 긴 여로. 나의 잠재된 의식의 변화하는 순간순간들의 몽상을 추구하며 발버둥친다. 언제나 조용한 표정이나 내면의 잠재된 몽상은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들,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김혜식, from the white wind wall Art Storage#25 70x50cm, Acrylic UVPrint, 2024

김혜식/ 수장고 독전 ‘흰 바람벽’으로부터

작업하는 내내 백석시인의 ‘흰 바람벽’을 생각했다. 많은 시가 시인의 독백처럼 수장고의 유리벽을 지나갔다. 이번 사진 작업은 시의 영감이 메타포가 되었다. 수장고에서 토기를 마주할 때마다 시를 들려주는 듯하였다. 그리하여 시를 사진으로 형상화 하려고 하였다. 온전한 것보다 부서진 토기들의 울림을 들으며 오래된 그 시대의 시간과 현재의 공간을 시적 소통으로 이해하려고 애썼다. 토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텍스트 대신 과장된 색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니까 이번 작업은 만날 때마다 다르게 보이거나 말을 거는 토기를 사진으로 옮긴 결과물이다. 작업하는 내내 시와 사진의 경계를 서성거렸다. 수장고에 들어오는 빛과 앵글 선반에 놓여 진 환경 또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역사의 정면에 대해선 연구자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하였다. 오랜 벗, 그의 몽상은 극히 희망적이다.


노일란, A flâneur, 73x110cm

노일란/A flâneur

플라뇌르는 단순히 게으르기만 한 산책자가 아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보들레르는 플라뇌르를 ‘열정적인 구경꾼’이라 정의했다. 오후 네 시 산책을 한다. 왜 나는 걷기를 즐기고 어디까지 걸을 수 있을까? 산책 시간이 길어진다. 산책이라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여유와 호기심을 갖고, 작고 소소한 것일지라도 그 안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들여다보느라 발걸음이 더디다. 식물들의 ‘얽힘과 질서’ 우연한 발견의 즐거움이다. 캐런 바라드는 말한다. “모든 현실적 삶은 만남이다. 만남은 중요하다. 관계와 만남은 개체보다 앞선다. 현실의 기본은 독립 개체가 아닌 관계들의 현상이다.” 바라드가 언급한 얽힘(entanglement)은 삶 속에 모든 것이 관계적인 과정을 통해서 존재하게 된다는 의미다. 나의 6장의 식물이미지와 빛과 사람과 숲과 바람이 만나는 순간을 슬로우 타임으로 찍은 한 장의 이미지는 바라드가 언급한 만남과 얽힘의 세계라 할 수 있다.


박건태, Sea of Dream, 80x120cm, pigment print, 2024

박건태/몽상의 바다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며 탄생의 첫 기원으로서 내밀한 공간이며 원초적 공간이다. 바다에는 부드러움과 정열, 숭고함과 비상하는 힘, 비정한 날카로움과 거칠게 저항하는 성질이 있다. 맑고 고요한 바다, 깊고 푸른 바다, 격정에 찬 바다, 포효하는 바다, 몽상하는 바다. 여인의 가슴처럼 부드럽게 안겨오는 바다. 부드럽고 관능적인 아침바다. 명상하는 저녁바다가 있다. 바다는 삶의 얼룩을 씻어내는 공간이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회복을 위한 성소를 찾아가듯이 바다를 찾는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의 리듬은 변화무쌍한 우리의 덧없는 인생과 닮아있다. 깊고 푸른 물빛이 우리의 내밀한 영혼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하여 바다는 죽음의 충동에서 어머니의 태내로 다시 들어가려는 심리적 공간으로 치유의 바다가 되어주기도 한다. 고통하는 이들을 치유하는 바다는 신성한 물이 되고 제의의 물이 된다. 


안상영, Language Dreamer 2. 60x40cm. Pigment print. 2024 

안상영/ My Life-Language Dreamer

가스통 바슐라르가 상상력의 주된 활동 무대로 생각한 것이 몽상이다. 몽상은 인간의 정서에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했다. 인간이 가진 여러 정신활동 중의 하나인 몽상은 뚜렷한 의지 없는, 자연스러운 상상력의 활동이다. 가끔 멍하게 있으면서 가장 편안한 상태로 공상에 빠져들면서, 공상이 어떤 대상이나 주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전개되어 나갈 때, 우리는 몽상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몽상 속에서 꿈을 꾼다. 몽상가는 몽상을 하는 자신의 자아의 중심에 있고,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자신을 유지한다. 오로지 자신 스스로 그것을 느끼고 몸으로 실천할 때 몽상가라 할 수 있다. 자발적 ‘Language reading’에 빠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영어소설 읽기는 학습이 아닌 ‘언어유희’의 시간이며 상상의 순간이다. Language Dreamer 가 노래하는 순간이다.


이오상, Sea in Time II, 59x59cm, Acrylic UVPrint, 2024

이오상/ 시간속의 바다

시간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공간이 아니다. 저 유명한 제논의 화살의 패러독스에서와 같이 시간은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순수한 시간의 지속은 단지 서로 녹아들고 서로 침투하며 영원에서부터 영원까지 끊임없이 흐르는 것일 뿐이다. 여기 15소년 표류기를 읽으며 바다를 꿈꾸던 산골 소년이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흐른 후 한반도 끝자락 거제 섬 언덕에 앉아 저 멀리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한 산골소년이 처음으로 책에서 마주했던 상상 속의 바다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고요한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다는 변함이 없건만 소년은 늙어 어른이 되었다.


이정희, what women dream about?(Wisława Szymborska's potrait variation), 40x30cm,pigment print, 2024

이정희/What women dream about?

나의 관심은 여성과 역사와의 조응에 있다. 오랜 시간 소외되었던 여성들이 어떻게 자기 앞의 삶을 헤쳐나갔는지, 그들의 사유가 어떤 세계를 만들어갔는가에 관한 질문이다. 나의 이미지는 텍스트에 기반한다. 텍스트를 통해 존재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았다. 여성들은 무엇을 꿈꾸는가? 특별히 시대에 저항했던 네 여성이 쓴 글을 이미지로 사용했다. 이번 나의 3번째 ‘Her story’의 이미지의 주인공은 자유와 진실, 인간의 존엄을 지켜나가려 했던 한나 아렌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도리스 레싱과 수잔 손택이다.


조영란, on the road 1, 40x60, pigment print, 2023

조영란/ 손끝으로 짓는 몽상

2차원이 3차원으로 구축되는 인형옷 만들기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본격적인 몽상을 위해 부지런히 전시회 발도장을 찍는다. 어렵다고, 나와 상관없다던 니체, 들뇌즈, 캐런 바라드가 슬그머니 자리 잡는다. 그 사이사이 올라오는 나의 지난 시간들, 특히 실제 유목민으로 떠돌아다닌 우리가족 서사의 조각들은 몽상일까 아님 심상일까...‘자신이 생산하는 물건의 형태와 기능의 이미지들을 통해 몽상한다’는 바슐라르처럼 오늘밤도 즐거운 노동활동을 이어간다. 인형 의상으로 작가님들의 캐릭터를 만드는 시도, 책이나 영화의 감상을 인형 이미지로 남기는 과정에서 나는, 상상하는 의식(코기토, cogito)을 지닌 존재로 거듭난다. 나의 변화의 바탕엔 이정희 선생님의 격려와 수요 포토코무네의 동지애가 있다. 물론 나의 몽상의 고래들은 자주 추락한다. 


한연교 self portrait, 130x100cm,chepon print,2024,

한연교/ SELF–PORTRAIT

거울 속 나를 오래 들여다본다/수많은 나와 마주한다
사면에 갇힌 나/욕망의 피로와 허기가 안개처럼 드리워져 있다
고개를 올려 들면 덩달아 치켜드는 오만,/눈을 깜빡거려 본다
깜박거리는 동안 나는 보이지 않는다/내 안에서 수십 명의 내가 구름을 접는다
이제 시선을 바깥이 아니라 내면을 향하고 싶다/어둡고 깊다!!
진솔한 삶의 고백 같던 표정 앞에서 느꼈던 감정의 소용돌이, 바로 나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을까/연민으로 나를 끌어 안는다/덧칠하지 않는 표정 위로 맑은 슬픔 한줄기 스쳐간다
‘그래, 괜찮다’/어루만지는 눈길이 축축하다


황난희, 신유물론에 대한 보고서 2, 60x45cm. pigment print,2024

황난희/ 신유물론에 대한 보고서

수요코무네와 함께 하면서, 아직은 정립이 되지는 않았지만 현대철학의 한 분야인 “신유물론”은 현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많은 반성과 생각을 가져다주었다. 근대부터 시작된 인간중심주의 사상은 비인간은 하찮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지구는 ‘위기’라는 끔찍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제 세계인류는 탈 인간중심주의 시대로 가야된다고 신유물론자들은 주장한다. 모든 존재물(인간과 비인간)은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서로 얽히고설키어 의존적으로 작용함으로서 행위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퇴비주의”를 읽고 인간도 퇴비가 되는 과정으로 생존한다는 주장에 농가에서 사용하는 거름을 직접 사진에 담아봤다. 인간은 물질의 관계에 직접참여함으로써 무엇인가를 인식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황선애, Southerners, 80x120cm, pigment print, 2024

황선애/소설 속 몽상가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수요포토코무네 사진그룹에는 <영어 고전 읽기>라는 모임이 또 하나 있다. 지금 읽고 있는 것은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 전후를 배경으로 1936년 발행된 마거릿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전쟁>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보여준 소설 속 주요 인물들과 미국 남부 사람의 몽상가적인 면을 닭장과 그 안에 갇힌 닭으로 표현하였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개인마다 다양한 몽상에 사로잡혀있다. 자신의 미모와 매력으로 모든 남자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줄도 모르고 마냥 순진하게 사랑에 빠진 사람, 흑인 노예무역과 대단위의 목화 사업으로 오랫동안 경제적인 풍요를 누려왔기에 바깥세상을 모르는 사람들,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에 영광과 흥분에 도취되어 서둘러 군에 지원하고 전선으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은 내 사진의 고마운 캐릭터다.


 

 

 

콜라보레이션 작가 : 문상옥, 박정임, Julia won
WED FOTO COMUNE 작가 : 이정희(기획), 김성순, 김영순, 김혜식, 노일란, 박건태, 안상영, 이오상, 조영란, 한연교, 황난희, 황선애

 

 

 

 

문화가 모이는 곳 "대전공연전시" http://www.gongje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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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전공연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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