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정윤순 'ME, ESCPE' 

유형 : 대전전시(사진전) 

날짜 : 2021년 4월 19일~5월 5일 

관람시간 : 10:00~18:00, 월요일 휴관 

장소 : 갤러리 더빔 Gallery The Beam (대전 유성구 동서대로179번길 62-8, 2층) 

문의처 : 갤러리 더빔 042-822-8887 

 

 

 

 

 

 

정윤순 <ME, ESCPE>

 

제 1회 FNK PHOTOGRAPHY AWARDS(심사 : 구본창, 이갑철, 김성민) 순수부문 수상자인 정윤순은 고속도로에서 43중 추돌 교통사고로 오랜기간 병원생활 하며 느꼈던 본인의 사적인 감정의 작업을 Self-Portrait 형식으로 자신을 표출했다. 그의 사진속의 장소를 보는 순간 보는 이들은 당황한다. 평범하지 않는 장소의 선택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낯설기도 하지만 오랜시간 쳐다 볼 수 밖에 없게 만들고 호기심의 늪으로 빠뜨리는 것이 정윤순 사진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신에게 감사하라”는 담당 의사의 말이 지난 삶을 압축하면서 본인의 심경과 상황을 잘 증명했다.

 

 

 

 

 

 

 

 

 

귀를 자른 고흐의 자화상 보는 듯 – 정윤순의 앵글

 

김종근 (미술평론가)

 

그것이 순수 회화든 사진작품이든 예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어떤 대상을 빌어 이미지화 혹은 발언한다.  그러나 이렇게 리얼하게 그리고 서로 다른 상황들을 앵글 속에 자신의 모습을 담아내는 작가는 흔치 않다. 그래서 정윤순의 전시는 낯설었고, 그만큼 끊임없이 새로웠고 보는 사람들을 호기심의 늪으로 빠뜨렸다.

 

사진 속 공간으로 빠져들면서 나는 마치 고갱과의 언쟁으로 귀를 자른 빈센트 반 고흐의 귀 잘린 자화상 그림을 보는 듯 아찔함을 느꼈다. 아니 멕시코의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가 사고로 붕대를 전신에 감고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의 자화상을 보는 듯 가슴이 아프고 쓰렸다.

 

정윤순은 우리에게 당황의 연속 속에서 감전을 일으키듯 다가왔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작품들이 태어난 아픈 상처와 배경을 처연하게 고백했다.

<2015년 1월 16일 첫눈이 내렸던 고속도로에서 4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고, 그해 나는 6개월간 꼬박 병상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담당 의사는 내게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신에게 감사하라"라는 말을 했다.>

이 두 문장으로 그는 그의 지난 삶을 압축했다. 그의 고백처럼 이 사진들은 그러한 작가의 심경과 상황, 그 느낌들을 온전하게 증명해 냈다. 

 

5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는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아픈 상처를 주었고, 그는 그 순간의 모든 기억을 회상하면서 스케일 있게 때로는 힘겹게 스텝들과 동행하며 기록했다. 그래서 이 사진작품 들은 교통사고 이후 그에게 닥쳐온 치료의 과정, 고통스러운 시간과 그 사고가 가져다 준 생명에 대한 불안, 인간으로는 추스르기 힘든 어려운 감정, 그리고 순간순간 자신의 존재를 찾으면서 보낸 지옥 같은 6개월의 병상 일지 같은 것이었다.

 

그는 사고 당시 허리의 뼈가 끊어져 척추분리증, 척추전방전위증, 척추관 협착증, 추간판 탈출증을 앓았다. 이로 인해 그는 10분 이상 같은 동작을 취하기 어려웠으며 심한 정신적, 육체적 충격으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절망적인 시간속에서 사방이 커튼으로 쳐 있는 침대의 밀폐된 공간은 그가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고, 그는 그곳에서 6개월간 사투를 벌이면서 삶에 대한 몸부림을 쳤다고 수로히했다.

 

그러나 이 사진들은 그런 기록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다양하고 예기치 않은 상상력을 요구했다.  그것은 먼저 <장소성>이 그의 사고가 난 고속도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 속 등장하는 장소도 우리에게 낯설다.

마찬가지로 사진 속에 등장하는 그의 옷차림과 소품, 상황, 표정들도 예외 없이 보는 우리를 쉬지 않고 혼란 속으로 끌고 다닌다.

 

뜬금없이 숲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문이 열린 냉장고, 그 문 뒤에 어쩔 수 없이 서 있는 정장 차림의 남자. 

안개 낀 도로 가운데에 정장 차림으로 위험하게 서 있는 남자. 

또 높은 곳에서 찍은 듯 다리 중심에 선 남자. 

바닷물 가운데 정장 차림으로 빠져서 지긋이 먼 곳을 쳐다보고 있는 남자

홍수후 흙탕물 바다의 병원침대 위에 강아지와 함께 젖은 모습으로 상의를 걸어둔 채 응시하는 남자. 

공사판 현장의 굴착기에 매달려 있는 남자. 

 

이렇게 그의 존재는 교통사고가 났던 고속도로만을 한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진 속에 남자는 천의 얼굴을 한 작가 자신이다. 보는 순간 우리는 당황한다. 사진 속에서 장소와 그의 정장 차림의 모습이 그 어떤 이유에서인지 침묵한다. 마치 존 던의 형이상학적 시처럼 그는 우리에게 그 이미지만으로 상상할 것을 요구한다. 어떤 이유도, 계기도, 흐름도, 맥락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의외의 낯선 장소에 등장하여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대체하는 ”장소”를 등장시키고 창조할 뿐이다. 그것이 그가 지향하는 예술성이고, 다큐멘터리 적인 기법을 넘어서는 예술작품으로서 사진이 되는 것이다. 

 

일찍이 사진에서 작가 자신이 주체이면서 동시에 피사체의 대상이 되었던 작가는 신디 셔먼이다. 

신디 셔먼은 그녀의 작품 속에 유머와 화장을 집어넣기도 하면서 정체성에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신디 셔먼의 영혼으로 불린 것처럼 정윤순의 작품은 완벽하게 정윤순의 영혼 그 자체이다.

신디 셔먼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으며, “진실하게 거짓말한다”는 모순적 표현을 실체화 해서 소통하는 능력자가 된 것 같이 정윤순도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정윤순의 능력은 체험이고, 경험이고. 사진이 보여주는 깊은 뼈를 깎는 듯한 진실과 진정성이다. 

 

“ 병원에서 6개월 누워 있었던 중에 가장 많이 쳐다본 것은 천정 형광등 불빛이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형광등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이 절망적인 시간에 그가 깨달은 것이 사소한 형광등의 불빛이었다니 우리는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정윤순에게 바로 사진 탄생의 시작이 이것이었음을 나는 믿는다.

 

"어두운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나만의 빛을 발견하는 것." 그는 트라우마를 사진예술로 승화시켰다. 그가 겪은 상처와 흔적들은 누구에게나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사진은 묵시적인 공간의 기록자다. 단순한 상처의 기록이 아닌 자신을 극복하기 위한 몸짓이자 생을 향한 뜨거운 열망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윤순의 작품은 "진정한 작가에게, 매 작품은 성취감을 넘어 무언가를 다시 시도하는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라는 헤밍웨이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어쨌든 정윤순은 신디 셔먼 이후 자신의 모든 신체와 영혼을 <셀프 포트레이트> 형식으로 담아내는 귀하고 드문 작가가 되었다. 그의 작업은 “인간은 파멸 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는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문구처럼 패배하지 않고 성공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who is it that can tell me who I am?“  리어왕의 대사가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자꾸 메아리친다.

 

 

 

 

 

 

 

 

 

 

- 작가의 글

 

Self-Portrait <Me, Escape>

 

2015년 1월 첫 눈이 내렸던 고속도로에서 4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고,  그 해 나는 6개월간 꼬박 병상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담당 의사는 내게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신에게 감사하라"는 말을 했다.

 

나는 심한 정신적, 육체적 충격에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방이 커튼으로 쳐 있는 침대의 밀폐된 공간이 나만의 유일한 공간이었고 그곳에서 6개월간 몸부림을 쳤다. 어둠이 나를 지배하며 음부(陰府)에 끌려가는 영처럼 서서히 메말라가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6개월 누워 있었던 중에 가장 많이 쳐다 본 것은 천정 형광등 불빛이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형광등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어둠속에 웅크리고 있던 나의 자아가 작은 형광등 불빛으로 말미암아 어둠의 동굴이 아닌 빛이 보이는 터널의 끝자락에 다다르게 되었던 것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어두운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나만의 빛을 발견하는 것이었고, 공허함과 불안함을 사진을 통해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트라우마의 알을 깨며 어두움에서 빛을 향해 탈출했고, 심지어 숨을 쉴 수 없는 물속에서도 빛을 바라보았다.

흑과 백의 갈림길에서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았으며, 사진은 나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빛으로 안내하는 탈출의 몸짓이자 결국 제자리로 회귀하는 열망의 기록이다.

나는 사진 작업을 통해 내 안의 불안한 감정조차도 토해내게 되었고, 그러는 사이 역설적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되었다. 

 

내가 표현하는 Self-Portrait의 주제는 <Me, Escape>이다. 

그것이 내 과거의 고통이던, 현실의 고통이던 탈출의 시도를 통한 과정과 도전이 나에게는 희망을 발견하는 길이었다. 

지금도 어둠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사진을 통해서 빛으로 향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문화가 모이는 곳 "대전공연전시" http://www.gongje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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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전공연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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