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메르헨, 신은주 개인전 '시간을 만지다 Touch The Time'
전시회 2024. 11. 22. 13:53 |
전시명 : 갤러리메르헨, 신은주 개인전 '시간을 만지다 Touch The Time'
유형 : 대전전시회
날짜 : 2024년 11월 27일(수)~12월 3일(화)
관람시간 : 10:30 ~18:00
장소 : 갤러리메르헨,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 556번길87
문의처 : 갤러리메르헨 042-867-7009
신은주 개인전에 부치어
- 이정희 사진평론 -
나는 지금/피지 않아도 좋은 꽃봉오리거나
이미 꽃잎 진/꽃대궁/이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새벽은/푸르고/희끗한 나무들은/속까지 얼진 않았다
1. 나는 지금 꽃봉오리거나
작가 신은주의 사진시리즈 시작점은 ‘떠남’이었다. 한순간에 떠나버린, 남겨진 자의 믿어지지 않는 감정이었다. 성장하여 떠나간 딸과의 거리가 마음에 깊은 우울감으로 스며들면서 인간이 가지는 감정에 대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기억은 떠나보낸 자의 유일한 실재가 된다. 그러나 기억은 불협화음과 화음을 내포한다. 나와 너의 기억이 같으면서도 다르다. 기억은 실제의 사건과 다른 기억들을 조합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신은주는 인간의 감정과 심리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한다. 콜라주 작업은 심리치료에 자주 사용되는 만큼 작가 자신에게도 콜라주 사진 작업은 감정을 컨트럴하는 매개체가 되어 스스로를 회복하는 유용한 과정이다. 이번 전시는 ‘구겨진 하루’와 ‘채집된 기억’, ‘시간의 촉감’ 시리즈로 구성된다. ‘구겨진 하루’ 이후 최근작인 ‘시간의 촉감’ 시리즈에서 색이 바뀐 것은 어머니의 증상이 시작되면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 누군가를 죽음으로 떠나보낼 수 있다는 충격은 두 번째 작업의 시작이 되었다. 한순간 어머니에게서 기억의 덩어리가 없어졌다. 옷걸이가 길바닥에 꽂혀 있고 사물들이 제자리가 아닌 곳에 걸려있다. 사물을 바닥에 놓거나 다른 것으로 채워 넣기도 하고 전혀 다른 이미지를 붙이는 과정은 혼돈된 기억을 통해 재구성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와 어머니가 함께 하는 콜라주 작업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작업과정에서 오는 기쁨과 내밀한 심적 치유를 경험하게 했다. 그에게 아름다운 사진을 찍어 경험되는 미적 성취보다는 존재론적 행위가 중요했다.
2. 스며듦
신은주는 손으로 만지거나 주무르며 이뤄지는 감각적 행위를 좋아한다. 공예풀로 조각을 붙이는 동안 손가락이 부풀어 올라 살갗이 벗겨지는 감각도 좋다. 벗김으로 아픔이 벗겨지는 기분이다. 그가 감각적으로 찢고 붙이고 손으로 만지면서 이뤄지는 작업과정을 택한 이유들이다, 질감을 좋아하는 그는 디지털 후작업으로 레이어를 층층으로 올리는 대신 사진을 찢어 덧붙인다. 색채구성 또한 직관적이다. 사진으로 찍은 선명한 색채보다 경계가 흐려진 색감을 얻기 위해 사진을 물에 적신 뒤 사용한다. 물에 적시는 작업과정은 일종의 세례이면서 억압과 강박으로부터 해체되는 과정이다. 학업과정이기도 했던 미술과 심리학에 접속했던 10여년 간의 과정이 사진 작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술치료를 공부하면서 더 깊이 사진에 몰입하게 된 계기도 사진이 가지는 매력 때문이다. 사진은 다른 매체들과 자유롭고도 유연하게 연결하는 매우 유니크한 매체다. 2차대전의 내상으로 고통받았던 앵포르멜(Art Informel) 작가들처럼 신은주의 작업은 사진과 심리치료가 같이 간다. 사진 치료가 이미지를 통해 언어로 발화되면서 치유된다면, 신은주의 사진콜라주는 사진을 물에 담그는 시간의 흐름과 손으로 찢고 붙이는 신체 행위를 통해 심리적 치유와 함께 사진의 확장성을 꾀한다. 그의 작업은 일찍이 콜라주와 중첩에 의한 조형적 확장을 꾀한 로버트 라우센버그, 데이비드 살르, 존 발데사리 등 동시대 미술과 맞닿아있다. 콜라주 작업은 이질적인 것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내며 지속적인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신은주의 작업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과정과 매우 닮아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기억의 서사는 ‘숨어있는 진실 찾기’에 있다. 사진의 파편으로 중첩되는 콜라주 구조는 프루스트의 이야기 구조와 함께 간다. 신은주의 작업은 ‘잃어버린 시간’과 ‘되찾은 시간’이라는 두 개의 초점을 가진다. 관객들 또한 이 두 초점 사이를 가로지르며 작가 신은주가 찾아가는 시간의 다양한 의미를 탐색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시간성은 현상학이라는 직접적인 담론으로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사 행위의 간접적 담론의 매개를 필요로 한다.”는 폴 리쾨르(Paul Ricœur)의 전언은 신은주의 작업에 대한 핵심적인 진술이다. 시간성이 이야기라는 매개를 거치면서 시간은 비로소 우리의 시간이 되며, 이야기는 그 충만한 의미를 통해 자기 이해에 이르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신은주의 작업은 ‘시간과 이야기’ 작업이다. 기억은 언제나 의식을 통해 과거는 현재에 이르고 미래로 나아간다. 삶의 파편적이고 물질적인 세계를 시간성을 가진 의식에 연결하는 것이 몸이라면, 분열된 자아의 조각을 통합시키는 것이 손작업을 통한 콜라주 작업이다. 신은주는 시간이 만들어낸 복수의 자아들을 콜라주를 통해 온전한 자기에게로 돌려놓고자 한다. 자아의 통합은 외부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멜랑콜리한 감정을 언급한다. 사진의 이면에 숨어있는 감정이 애착된 대상의 상실감이나 심리적 상처일지도 모르겠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개별적 상처이기보다 사회심리학적 차원에서 집단적 심리상태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한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하는 사회문화와 역사는 집단적 무의식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작업도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예견된다.
4. 미술, 심리, 사진의 하나됨
이번 신은주의 작업은 사진과 미술, 심리가 하나로 스며든 결과물이다. 그에 의하면, 미술치료와 심리치료 연구과정이 심리치료적인 면에 머물렀으나 인문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공부했던 지난 2년간의 사진 연구과정은 한층 더 풍부한 시야를 갖게 해주었고, 사진의 경계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화’라 불리는 안셀름 키퍼 (Anselm Kiefer)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의 작업은 사진과 회화의 매체 경계를 넘어 그의 작업에 강렬한 자극을 주었다. 진정한 예술은 미학적이며 윤리적이다. 그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개별성을 넘어 사회적 역사적 서사를 담은 사진 작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자신의 사진이 인간 내부 깊이에 감춰진, 알 수 없는 감정을 어루만지는 과정이 되고자 한다.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새벽에 들은 노래3』, 문학과 지성사, p.26. 2018.
폴 리쾨르, 『시간과 이야기』, 문학과 지성사, 김한식역, 2004.
시간을 만지다
Touch the Time
작가노트
시간의 속성은 흐르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존재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과거를 회상한다. 그렇다면 그 흘러간 시간을 바라보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과거의 기억이라는 것 역시 지금 이 순간과 접촉하고 새로운 기억으로 재창조 되는데 그것은 분명 존재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시작된 작업이다. 과거의 기억과 관계되는 현재 순간에 대한 생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사라짐의 흔적에 주목한다. 여기서 흔적이란 ‘어떤 현상이나 실체가 없어졌거나 지나간 뒤에 남은 자국이나 자취’를 뜻한다. 흔적은 결국 어떤 대상이 지나가고 없음을, 지나갔다는 사실을 가리키지만, 지나간 대상 자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단지 남겨진 흔적을 통해 사라져 간 대상을 기억할 뿐이다. 사라짐의 부재로 인한 흔적은 기억과 의식 속의 이미지 기억으로 표현된다. 이번 작품은 두 개의 Section으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Section '채집된 기억’은 딸이 떠난 방의 옷장에 남겨진 옷걸이에서 느꼈던 사라짐의 부재에 대한 사적인 치유적 경험으로 시작하여 두 번째 Section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촉감’ 에서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기억 경험으로 확산하고자 한다.
채집된 기억
Collected Memories
Section 1
흘러가버린 과거와 다가올 미래가 현재에 의미가 있는 것은 인간이 의식을 통하여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현재로 지속시키는 것이 바로 기억이다. 앙리 베르그손(Henri Bergson, 1859-1941)은 두 가지로 기억을 나누어 접근한다. '이미지 기억’은 표상이며 ‘습관 기억’은 행동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말하는 기억의 이미지는 사실 기억이 아니라 주체자로 인해 재구성된 이미지기억과 유사하다. 여기서 ‘채집된 기억 ’은 이미지 기억처럼 시각적 이미지뿐만이 아닌, 과거의 모든 상황을 포함한다. 이미지기억은 대부분 아름답게 포장된 이미지로 구성될 수 도 있으며, 슬픔이나, 고통, 상실감, 기쁨 등을 내포하기도 한다. 또한 회상 된 기억과 감정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상대적이다.
채집된 기억_빨강,pigment print,65x65cm,2024
이러한 다중적인 감정들을 내포한 이미지기억은 현재와 과거의 중첩으로 인해 확장된다. 이번 작업에 나타나는 중첩과 시간성을 바탕으로 한 콜라주 작업은 낯선 시각과 지각에 의한 기억의 층이 중첩 되어 쌓인다. 이렇게 중첩된 기억은 시간의 개념을 탈피하여 다양한 시간의 조각들을 현재로 공존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글쓰기를 통해 기억에 의해 구성되는 주관적인 시간의 모습들을 집요하게 추적했다면 작가는 콜라주 작업을 통하여 기억의 감각적인 발현과 시간의 중첩에 의한 감성적인 변화를 표현하고자 한다.
채집된 기억_옷걸이04,pigment print,45x45cm,2024
채집된 기억09,pigment print,80x57cm,2024
Section 2
시간의 촉감
Tactility of Time
시간의 촉감07,inkjet print,45x35cm,2024
기억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며 매 순간이 기억으로 축적된다. 그 기억은 사라짐과 드러남을 반복하는 그 순간의 감정과 시간성이 함께 저장되며 실제 존재하는 객관적 이미지와는 다른 주관적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한 부분적으로 기억되거나 어렴풋이 색이나 느낌으로만 기억되기도 하고, 변형되거나 점차 소멸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억을 형성하는 과거의 시간들은 지나간 시간이 아닌 현재 본인의 존재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물로써 과거 속에서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가능성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의 촉감08,inkjet print,45x35cm,2024
그러한 의미에서 ‘시간의 촉감’은 매 순간 기억으로 축적되는 낯익은 것들의 낯섦에 대한 기억작업이다. 사진을 물로 씻어 내어 본래의 색이 흐려지고 섞이며 다른 색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보이는 형태를 허물고 주관적인 내면화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며, 사진을 찢는 행위는 불편한 기억의 망각을 의미한다. 또한 사진의 파편들을 겹겹이 겹쳐 붙인 중첩은 새롭게 편집되는 이미지 기억을 의미한다.
시간의 촉감09,ink jet,45x35cm,2024
신은주 Shin EunJu
미술 상담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예술 심리 연구소 (예술 공간 마주. 함)의 대표로 예술 심리 치료 및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 중이다. 사진 매체를 활용하여 심리 상담에 적용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Art as therapy'를 실현하고자 한다.
주요 전시
2024 대전국제사진축제 특별전 - 구겨진 하루(우연 갤러리, 대전)
텐보이스-그 침묵의 소리 (아트갤러리 전주, 전주)
국제여성사진페스티발 상상임신_테크니아 (마루아트센터, 서울)
텐보이스 -그 침묵의 소리 (갤러리 탄, 대전)
2023 코끼리의 방- space, space, space (갤러리 탄, 대전)
감각의 방향 - 우회의 지혜 (김영섭 사진화랑, 서울)
리멤버 포토(거인의 정원, 제주)
아모르파티3rd _Cursor의 점멸(프로젝트 스페이스코스모스, 인천)
아모르파티2nd _ 결정의 시간(윤아트갤러리, 인천)
MEMORY PASTE _PHOTO COLLAGE _ 텅 빈 옷장(빛이든 공간, 서울)
2022 TEN VOICES (갤러리 탄, 대전)
저서
2024 Ten Voices-그 침묵의 소리 (눈빛출판사)
2023 Ten Voices-아르카디아를 꿈꾸며 (눈빛출판사)
문화가 모이는 곳 "대전공연전시" http://www.gongje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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