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김은주 개인전 

유형 : 대전전시회 

날짜 : 2020년 6월 11일~6월 17일 

관람시간 : 10:30~19:00 

장소 : 이공갤러리 

문의처 : 이공갤러리 042-242-2020 

 

 

 

김은주 作 - 너와나의 자화상

 

 

 

[작가노트]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엄마, 아내, 며느리, 딸 나아가 직장인역할을 맡기도 한다. 전통 사회에서 여성들은 주로 가정을 꾸려가는 역할만을 맡았지만, 멀게는 산업혁명 좀 더 가까이는 양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들은 사회생활도 해야 했다. 여성에게 직장 생활은 선택이지 않나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러 여건과 상황 상 맞벌이는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이다. 하지만 한국 여성에게만 유별한 꼬리표들이 있다. 맘충과 수퍼우먼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워킹맘이 그것들이다. 이 두 표현은 겉으로 보이기에는 서로 상반된 삶을 사는 여성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업주부로 살면서 -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사 노동만을 책임지던 때에는 전업주부라는 표현은 없었는데,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가사 노동만을 전담하는 여성들을 가리키는 이 표현이 등장했다. - 카페에 모여 수다 떨고, 음식점이나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교육하지 못 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맘충이다. 이에 반해 워킹맘의 수퍼우먼 컴플렉스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가정생활까지 완벽하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느라 지친 한국 여성들의 심리를 대변한다. 이 두 표현은 공통적으로 가사 노동과 육아는 여성 전담의 의무로 당연시하며 기혼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을 교묘하게 감추고 있다. 

 

평일 대낮 한가로이 카페에서 노닥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은 실제로는 출퇴근이 없는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무임금 노동자들이다. 그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 서로를 위로하는 이 시간뿐이다. 그들이 일주일에 다섯 번을 그런 시간을 갖는지, 한 달에 한 번 혹은 몇 달에 한 번 간신히 그런 시간을 갖는지는 그들과 가까운 사람이 아닌 한 절대 알 수 없다. 하지만 사회적 시선은 남편들이 직장에서 혼신을 다 바쳐 일하는 동안 카페에서 노닥거리는 사람들로 조롱받기도 한다. 

 

워킹맘은 어떤가? 그들은 아침에 직장으로 출근하고 저녁에는 집으로 출근한다.  퇴근하자마자 온갖 가사 일을 처리하느라 난리법석을 떨어야하는 게 그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전업 주부들보다 아이들에게 소홀하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사회에서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완벽하지 못 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좌불안석이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가혹하고 이 가혹함은 가사 활동의 책임은 여성이 져야 한다는 바뀌지 않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한국 사회에서 기혼 여성들은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하는 개념 없고 가치 없는 존재로 비난당하는 등 사회의 모멸 찬 시선에 견디기 어려운 심적 고통을  감수하며 지낸다. 하지만 정말로 기혼 여성은 맘충 아니면 수퍼우먼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워킹맘 둘 중에 하나여야만 하나? 과거 엄마로서의 정체성과 사회인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 예술가들이 있었다.   

 

1970년대의 여성 작가들도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가정 내의 엄마와 아내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영국 예술가인 메리 켈리는1973년에서 1979년까지 자신의 아들의 산후 기록을 한 뒤, 1976년10월 런던의 한 갤러리에서 이 기록들을 전시했다. 이 전시는135점의 기록물, 도표, 오브제 등으로 이루어진 설치미술이었는데, 그 중에는 액자에 고이 넣어둔 더러운 아기 기저귀들도 있었다. 이 기록물들은 처음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워킹맘’으로서의 일상을 기록하고 사소한 물건들을 모아 놓은 육아 일기다. 물론 그녀의 전시는 똥기저귀도 작품이냐는 평론가들의 비난도 들어야 했다. 

 

미얼 래더만 유켈리스는1969년에 ‘메인터넌스maintenance예술을 위한 선언문1969’을 발표하고, 1973년에는<메인터넌스 아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 퍼포먼스는 페미니즘 미술사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작가의 가사 노동이 예술활동임을 대담하게 선언한다. 유켈리스는 결혼과 출산 이후에 매일같이 해야 하는 가정의 유지관리maintenance일에 밀려 도저히 예술 활동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이런 선언문을 발표하고 이후 미술관에서 미술관의 실내외 바닥에 물을 뿌리고 걸레질을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녀는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각자의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만 존재하던 여성의 ‘유지 관리’ 노동을 미술관이라는 공적 영역에서 드러내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마사 로슬러는 여성의 전용 공간으로 여겨온 부엌에서의 퍼포먼스를 비디오로 기록했다. <부엌의 기호학>이라는 제목의 6 분 9 초짜리 비디오작업에서 여성의 일상적인 가사 노동을 전복시킨다. 그녀는 요리 시연을 흉내 내면서 다양한 요리 도구와 주방 용품을 하나씩 소개한다. 이 도구들의 이름을 부르고는 정상적인 사용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도구들을 사용하는 행동을 보여준다. 청소라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과 마찬가지로 요리도 가정의 유지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무급 가사 노동이다. 

 

이 세 예술가들은 모두 여성의 삶과 사적이었지만 대부분의 기혼 여성들에게 공통적일 경험을 미술관이라는 공공의 영역에서 새로운 문제로 제기했다. 많은 여성들은 사회가 부과한 이런 짐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고 아무도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청소, 요리, 육아라는 무급 노동이 일종의 억압일 수 있음을 이 여성 예술가들은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런 여성 예술가들의 문제의식에 흥미를 느끼고 공감하며 작업을 하고자 했다. 이들 예술가들의 작품이 발표된 지 오십여 년이 지났지만 여성 예술가들, 기혼 여성들의 삶은 그리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남녀평등 사회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정의 대표는 남성이고 여성은 이런 남성과 가족에게 무급 노동을 제공하는 서비스 노동자로 취급받는다. 오히려 여기에 앞서 말한 것처럼 맘충이라는 비난이 더해지고 수퍼우먼 컴플레스라는 사회적 억압을 어떻게 작품에 녹여낼까 하는 문제의식이 작품의 출발선이 아닐까한다. 

 

<고등어조림 레시피>,  <우울했던 그날>과 같은 작품들에서는 주방의 여러 모습을 조명함으로써, 나에게도 부과되어 있는 주부로서 숙명적인 삶을 여성 예술가로서 그려내고자 했다. <그녀들의 수다>는 바게트, 과일, 잼 그리고 커피가 남아있는 식탁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이 그림을 보고 이 식탁의 주인공들을 브런치를 끝낸 맘충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매일 반복되는 끝없는 가사노동을 끝내고 간신히 한 끼를 마친 고단한 주부들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작품의 의미는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다. <시선-너와 나의 자화상>에서는 잘 차려입은 익명의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워킹맘들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보이지 않는 워킹맘들의 표정은 다양할 것이다. 피곤에 찌들어 있을 수도 있고, 자신감에 넘칠 수도 있고, 무엇인가에 쫓기고 있는 표정일 수도 있다. 이 여성들의 표정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의 문제는 각자의 관람객이 갖고 있는 여성에 대한 시선 또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여성의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회화를 고수하는 까닭은 회화가 가장 전통적인 미술 매체로 여기기 때문이다. 설치미술, 사진, 퍼포먼스 등 조형 예술 영역의 매체들은 다각화되어 왔지만, 여성의 가사 노동이 담고 있는 억압은 너무나 오래된 전통적인 문제인 만큼 가장 전통적인 미술 매체인 회화를 통해서도 이 문제를 잘 드러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너무나 고착화되어서 쉽게 풀 수 없는 문제임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을 직설적으로, 때로는 반어적으로 표현해보고자 하는 시도를 전통적인 기법의 회화에 담았다.      -김은주 -

 

 

 

김은주 作 - 휴식

 

 

 

[작가소개]

 

김은주

 

목원대학교 회화과(서양화전공)졸업 및 동 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개인전2회(인사아트프라자초대전,이공갤러리)

부스개인전3회(서울,안산,천안)

서산미술협회 회원전

초대전 및 단체전 다수

충남미술대전 초대작가

 

 

 

 

 

문화가 모이는 곳 "대전공연전시" http://www.gongje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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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전공연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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