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평, 리뷰] 극단 소울씨어터, 만주전선,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대전연극
문화예술 Talk 2018. 7. 8. 05:14 |[관람평, 리뷰] 극단 소울씨어터, 만주전선,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대전
극단 소울씨어터의 ‘만주전선’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세운 만주국에서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처럼 살고 싶었던 6명의 젊은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들은 의사, 공무원, 군인, 시인, 전도사 등 당대의 지식인들로 극 중에서는 아스카, 기무라, 게이코, 나오미 등 일본식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누가 더 일본인 같은지 경쟁이라도 하듯 충성스러운 황국신민이 되고자 한다.
극 중 화자는 자신에게는 세 명의 할머니가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낳아주신 할머니
아버지를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끔 만나신 할머니
이들 할머니는 모두 친구 사이로 할아버지와 함께 1940년대 만주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다고 한다.
화자의 할아버지인 아스카는 만주국소속 일본 육군사관학교의 정규과정을 모두 마치고 천황 수호를 위한 충성스러운 군인이 된다. 아버지를 낳아주신 할머니 요시에는 일본인 상사와 불륜관계로 그를 사랑해 아이까지 임신하지만, 상사의 아내에게 관계가 들통나 결국 상사에게 버림받는다. 이후 요시에는 아이를 낳고 아스카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 아이를 자신의 자식으로 키우겠다고 한다. 이 아이가 바로 화자의 아버지로 이를 통해 화자의 아버지는 순수혈통 조선인이 아닌 반은 일본인의 피가 섞였음을 알 수 있다. 의사인 기무라는 일본인 원장의 총애를 받아 이후 데릴사위로 들어가고 전도사 나오미는 해방된 오늘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교회에서 열심히 하나님께 봉사하고 있다.
화자는 2018년이 된 오늘, 할아버지의 피는 아버지를 통해 자신에게 흐르고 있고 영원히 자손에게 흐를 것이라 말하며 자신 가문의 역사가 자랑스럽다고 외친다.
이 작품은 이번 연극제에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다른 몇 편의 작품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일제 강점기의 이야기를 다룬 보통의 극에서는 일제에 억압받는 우리 조선인들의 슬픔과 이에 항거하는 우리 선조들의 강인하고 끈질긴 모습을 담고 있는 게 그간 봐왔던 일반적인 내용이다.
반면, 이 연극 ‘만주전선’은 6인의 등장인물을 통해 해방 이후 신분을 세탁하고 또다시 권력을 잡아 오늘날 대한민국의 최상류층 지식인으로 또 지배층으로 자리 잡은 그들 친일파와 한국 교회를 통렬히 비꼬고 있다. 극 중 화자가 자랑스러워하는 할아버지 아스카는 경주이씨 국당공파 37대손이고 반은 일본인의 피를 물려받은 화자의 아버지. 그리고 그 피를 이어 받은 화자는 이 가문의 39대손으로 같은 39대손 중 유명한 사람 하나가 지금은 국가에서 무상급식을 받고 있으며 녹조라테로 유명하신 꼼꼼한 가카새끼 그분이라고 한다.
거대한 욱일기를 뒤로한 채 젊은 배우 6인이 뿜어낸 에너지는 과히 엄청났다. 특히 극단의 대표이자 아스카 역의 남호섭은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대사 한 마디, 장면 한순간도 놓칠 수 없을 만큼 극은 질주하듯 달렸다. 극이 준 재미만큼이나 적폐청산이 시급한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에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연극이 재미있었다면 작가 박근형의 ‘대대손손’이라는 작품을 권해본다.
Vocalise...
ps) 공연이 끝나고 극단의 연출은 성명을 통해 극단이 연극제 참가에 결격사유가 있어 단체상 수상후보에서 제외된다는 연락을 협회로부터 받았으며 이에 부당함을 주장하였다.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 이 작품 ‘만주전선’역시 앞선 ‘검정고무신’과 함께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후보군에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작품을 준비하며 많은 땀을 흘렸을 배우와 극단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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