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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이공갤러리, 이종협 개인전

by 대전공연전시 2025. 4. 23.


전시명 : 이공갤러리, 이종협 개인전
유형 : 대전전시회
날짜 : 2025년 4월 24일~4월 30일
관람시간 : 10:00~19:00
장소 : 이공갤러리

문의처 : 이공갤러리 042-242-2020


2025_이종협 설치作 -자연과 미술 '사이'에서 1



2025_이종협 설치作 -자연과 미술 '사이'에서 2



이종협의 자연과 미술의 ‘사이’에서  


- 미술평론가 유현주 -

생태적 사유로 쓴 물질의 시

자연과 미술의 ‘사이’

이종협의 40여 년 예술 여정은 자연미술의 미학이 서서히 발효되어 온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 이래 자연미술가 그룹 야투(野投) 멤버이기도 한, 그는 줄곧 자연미술의 개념을 고민해 왔다. 최근 그의 작업은 자연과 환경에 대해, 전보다 더 투명해진 미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근래의 전시 《삶의 경계에서》(2024)를 통해, 작가는 ‘자연과 예술’ 그리고 ‘예술과 삶’의 관계에 ‘경계(in between)’라는 메타포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의 작업은 2022년 작가가 몽골에서 찍은 풍경 사진을 활용한 것인데, 원래 이미지는 하늘과 푸른 초원이 만나는 보더라인이 화면의 중앙을 가로지른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이 아득한 지평선과 만나는 곳, 대자연과 인간이 야생으로 만나는 그곳에서, 하늘과 땅은 경계를 통해 각자의 공간으로 나뉘면서 동시에 하나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 경계선의 이미지를 자신의 예술적 사유로 가져와, ‘자연과 인간’, ‘자연과 삶(문명)’이 보이지 않는 어떤 ‘사이(in between)’의 구조를 갖는 것에 주목한다. 그런데 그가 생각하는 ‘경계’는 이분법적구조와는 다르다. 자연과 인간은 분리된 것 같지만 확연히 ‘상호의존’ 되어 있는관계임을 말해주는 것이, 바로 ‘사이’라는 개념이다. 바로 이 선을 경계로 하늘과 땅이, 자연과 인간이, 생명의 그물망으로 연결되고 순환한다. 인간과 자연은이분법적으로 분리되었다기보다, ‘사이’를 통해 연결되고 순환하는 물질이다.땅의 열기가 대기의 공기를 덥혀 하늘의 구름을 모으고 그것이 다시 비가 되어대지에 식물의 싹을 돋게 하듯이, 이처럼 ‘사이’는 분리가 아닌, ‘연결’의 개념이다. 이는 인간과 모든 다른 종들이 이 행성에서 동등하게 공존하는 생태적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대칭적 인류학의 사유’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계(사이)’의 사유는 이종협의 작업 전반을 단순히 자연에 대한 미적 찬미가 아닌, 생태학적 차원에서 재독해할 만한 단서가 된다. 이종협의 자연과 미술 ‘사이’에 대한 고민은 애초에 야투의 작가들이 가졌던 미술의 본질에 관한 근본적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이들은 미술의 형식을 미술 제도의 바깥으로 끌고 가는 자연의 힘에 놀라워하며 자신들의 미술을 규정하기 어려워했다. 그러나 점차 “자연은 작품 제작을 위한 영감의 원천으로서뿐만 아니라 작가의 예술 의지와 함께 작품 속으로 들어와 직접 미술을 작동시키며 살아서 숨 쉰다”(전원길, 「자연미술_그 숨 쉬는 미술로서의 가능성을 위하여」)라는 지론이 형성됨에 따라, 자연이란 물질에 예술의 형태를 입히는, 즉 예술로 가공된 자연미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게 되었다. 이종협은 1981년 제2회 《금강현대미술제》에 참여해 대전문화원갤러리 앞에 설치했다가 2006년 제2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출품작을 위해 공주 연미산에서 ‘새롭게’ 제작한 작업 을 통해, 진작에 자연과 미술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사각 철판에 나뭇잎을 잘라 약간의 곡선을 만들어 세우고, 바로 그 아래 바닥의 비워진 공간에 식물을 심어 나뭇잎 모양으로 자라도록 한 설치 작업이다. 거대한 인공의 나뭇잎과 자연의 나뭇잎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기묘하게 분리되지 않은 신체로 이어져 있으며, 자연에서 마치 예술이 잉태된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현재, 초기의작업에서 나아가 다양한 실험으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자연과 미술’ 사이를 양자의 연결 구조로 풀어내고있다. 작가는 이러한 연결 구조에서 예술의 질료인 물질에 대한 생태적 사유를 발전시킨다. 따라서 물질의 사유가 이종협의 예술에 내재한 생태적 관점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물질에 대한 사유, 꽃, 나무, 물2009년에서 2010년의 기간에 전개된 이종협의 작업들은 자연과 예술의 ‘사이’에 대한 사유를 심화시키는 개념적 작업을 선보인다. 당시 그는 매화의 꽃잎과 같은 실물을 찍는 기법의 콜라그래피(collagraphy) 판화와오동나무를 선으로 묘사한 드로잉회화 방식을 사용했다. 이 드로잉회화는 2009년 4월 16일부터 29일까지 2주 동안 나무를 그리고, 나무의 수분 상태와 잎의 조직을 관찰해 식물의 생장과 소멸의 일지를 적은 그림이다.나무 옆에 종이를 세워 그림자를 지게 한 뒤 선묘 방식으로 그린 것이기에, 평론가 김종길은 이 드로잉을 ‘그림자 회화’라고도 부른다. 작가는 섬세하게 이파리와 줄기의 변화를 묘사하고 자연의 생명력에 감탄하면서, “14일간의 드로잉으로 예술을 말할 수 있을까”(4월18일 6시35분의 기록)라고 조심스레 고백한다. 생명을 오롯이 화폭에 담는다는 것, 즉 자연의 실재를 감각적 형상으로 옮기는 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자연미술가로서의작업이기도 하지만, 매번 자연과 인공적 예술 사이의 간극에 부딪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자연과 예술의 경계에서 예술을 형상화하는 질료로서 ‘물질’의 의미를 숙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점차물질의 의미를 생태학적 차원에서 탐구하기 시작했는데, 2022년 서울의 메타캔버스갤러리에서 열린 ‘이종협특별전’이 대표적 예이다. 그 전시에서 작가는 물질, 자연,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전시의 제목 《태초의 물질에게》는 작가가 애독한 ‘H₂O와 망각의 강’이라는 생태철학자 이반 일리치(Ivan Illich)의 책에서 인용한 멕시코 시인 루이스 드 산도발 자파타(Luis de Sandoval Zapata)의 시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종협이 펠트 천에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펀칭해 옮긴 산도발 자파타의 시 의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얼마나 여러 번 모습을 바꾸는지 생명을 불어넣는 물질, 그대는 존재한 적이 있는가? 달콤한 재스민 향내 감도는 눈 속에서그대는 창백한 잿더미가 되어 견디고 있구나. ……그대는 결코 죽지 않는다.그렇게 많은 죽음을 겪고도, 그대는 왜 철들지 않는가?그대는 누구인가, 부패하지 않는 본성을 지닌 그대는그토록 많은 생명을 여의어 미망인이 된 그대는?수없이 모습을 바꾸고 부패하지 않으며 불멸의 본성을 지닌 존재가 물질이라고 이 시는 말한다. 이 시가 함축하듯이, 일리치가 말하는 ‘물질의 역사성’이란, 많은 생명을 여의어 미망인으로 살아가는 태초의 물질이 각시대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다른 물질과 만나 결합함으로써 진화해온 물질의 시간을 가리킨다. 그런데, 시인이 말한 것처럼, 물질은 순환하고 불멸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지에 좋은 양분이 되기도 하고 독을 만들기도 한다. 2022년 글로벌노마딕아트프로젝트(Global nomadic art project)의 일환으로 몽골에 가서 예술 활동을 할 때, 이종협은 여러 장소에서 얻은 물병들에 현지의 물을 담았다.물병에 든 물은 그곳 동물과 사람들에게서 나온 부유물로 인해 더러웠고 더 이상 음용 할수 없는 물질이었다. 그는 ‘노마딕 프로그램 보고전’에서 전시장 바닥에 그 물을 담은 물병들과 바로 그 위 벽에 호수의 맑은 물을 콜라주한 사진을 붙임으로써, 두 가지 물을 대비시켰다. 작가는 몽골에서 일리치가 비판했던 산업사회의 물 즉 ‘H₂O로 획일화된 상품으로서의 물’이 아니라, 태초의 물질로서의 천연의 물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다. 야생의 땅에서조차 인간에 의해 황폐하게 변질된 물질을 바라보면서, 작가는 자연에 가한 인간의 폭력을 반성할 필요를 느꼈으리라. 다음 해 이종협의 전시에서 사용된 ‘타동(他動)하는 자연’이란 단어는 이러한 몽골의 경험과 관계가 있다.대지에 바치는 시, 송화(松花) 2023년 이공갤러리에서 개최한 이종협의 《타동하는 자연》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몽골의 초원에서 본 자연, 예컨대 나무, 하늘, 초원, 대지, 땔감이 된 나무토막 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몽타주 한 사진 작업이 주를 이루었다. 일반적인 풍경을 재현한 사진과는 다르게, 전부 작은 사각의 사진 셀들로 이루어진 자연의 사물 이미지는관람자를 긴장하게 하고 불편함을 준다. 예컨대 각각 다른 시점에서 촬영된 땔감들은 버려진 나무의 시체들처럼 보이며, 나무토막들이 일률적이지 않은 시점을 요구하는 탓에 시선은 더욱 피로해진다. 파편화하고 어긋나있는 사진 그리드들로 접합된 사물의 신체는 인간의 일방적 관점에서 통합할 수 있는 시점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분산된 이미지는 인간에게, 여러 시점에서 자연을 관찰하도록 움직이게 한다. 즉 자연은 인간의객체가 아닌, 인간이 자연의 객체가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한편 이종협의 ‘타동하는 자연’은 제임스러브록(James Lovelock)이 말한 가이아를 상기시킨다. 러브록에 따르면, 지구를 비유한 단어인,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약 45억 년 동안 자신을 유지해 온 살아있는 유기체이지만, 현재 급격한 지질 변화와 생물 대멸종, 기후변화, 산불, 팬데믹 등의 장본인인 인간 행위자들로 인해, 점차 자기조절 능력이 약해지고 있다. 지구는 죽은 것이 아니며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종협의 ‘타동적 자연’은 살아있는 지구 즉 가이아 개념과 연결된다. 송진과 송화가루는 이종협이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인 자연의 물질들이다. 앞서 언급한 전시에서 그는 송진으로 만든 벽돌을 일부러 전시장 구석의 창 곁에 설치했다. 벽돌 모양으로 굳힌 송진은 그 자체로도 특유의 반투명한 색이 아름다워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도 창에서 비치는 햇빛이 송진에 크랙을 만들면서 작품은 생명력이 있음을 알리고, 주의 깊은 관람자들은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이 물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올해의 전시에서 그는 송화가루가 묻은 장화 200개를 전시장에 설치한다. 검정 장화의 발 위치에 붙은 노란 송화가루는 장화와 그대로 하나의 몸을 이루면서 무채색의 비닐 장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물질이 된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Louis Pierre Bachelard)의 언어를 빌리면, 송화가루는 예술가의 물질적 상상력을빚는 물, 불, 흙, 공기 가운데, ‘흙의 원소’ 즉 대지의 기운에 가깝다. 장화를 감싼 고운 노란빛은, 밝은 태양처럼, 자연에서 멀어진 도시인들의 창백한 마음을 이끌어 대지로 향하게 함으로써 온기 없는 영혼에 불을 지필 것이다. 마치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가 지구의 허파를 상징한 것처럼, 이종협의 송화는 검은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오는 ‘대지’의 생동하는 기운을 상징한다. 작가가 물질적 상상력을 통해 빚은, 송화가루가 입혀진 장화는 흙의 생명력을 환기할 것이며 회색 도시를 ‘꿈꾸는 공간’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결론적으로, 송화는 이종협에게 자연과 인간의 ‘사이’를 연결하는 생태적 사유가 빚은 물질이며, 자연과 미술의 ‘사이’를 잇는 창조적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이종협의 송화는 오늘 우리 시대의 마른 대지, 가이아에 바치는 하나의 시로서 환하게 빛나고 있다. 



2025_이종협 설치作 -자연과 미술 '사이'에서 3


2025_이종협 설치作 -자연과 미술 '사이'에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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