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갤러리메르헨, 윤장열 초대전
유형 : 대전전시회
날짜 : 2025년 4월 16일~4월 29일
관람시간 : 10:30 ~18:00
장소 : 갤러리메르헨,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 556번길 87
문의처 : 갤러리메르헨 042-867-7009
작가 윤장열의 강함과 부드러움, 그 대비 속의 아름다움
김정숙(충남대 교수, 문학평론가)
윤장열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허(虛)와 실(實)’이라는 모티브이다. 허는 단순한 공허가 아니라 채워질 가능성을 내포한 공간이며, 실은 생명과 성취의 의미를 지닌다. 연꽃과 목화,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이를 더욱 강조한다. 실이 풍성할수록 사람들은 위안을 얻고 치유될 수 있지만, 허의 공간이 없다면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없다.
작가의 작품은 강렬한 대비를 통해 주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정면을 향해 배치되어 마치 고전적인 초상화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익명성을 띠며 관객을 향한 직접적인 응시 대신 어딘가를 바라본다. 이는 그의 작품이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존재와 실존을 탐구하는 하나의 방식임을 시사한다.
두 사람의 하체만 등장하는 그림 속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물들은 익명성을 띠고 있다. 이 장면은 현실과 내면의 대비를 강조한다. 강하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실재와 허상을 대조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인물들은 땅을 딛고 있으면서도 부유하는 듯한 분위기를 지닌다.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비현실적인 느낌을 통해 존재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보여준다.
작가의 그림들은 색채와 분위기에서도 강한 대비가 두드러진다. 그림 속 요소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특정한 분위기와 메시지를 전달한다. 녹색과 금색, 붉은색이 조화를 이루어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배경을 이루는 짙은 녹색의 대나무 숲은 굳건한 정신, 인내, 고결함을 상징하고, 이는 인간의 내면적인 강인함을 표현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화면 하단의 인물은 붉은 스웨터와 베이지색 카디건을 걸친 채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으며, 이는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유도하면서 감정이 절제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면 상단의 둥근 원형 위에 앉아 있는 두 마리의 새는 자유와 희망, 영혼을 상징하는 존재이며, 둥근 형태의 물체는 태양, 달, 열매, 혹은 시간의 흐름을 의미한다. 특히 왼쪽의 두 개의 원이 겹쳐 8자 형태를 이루는 모습은 무한(∞)의 개념과 삶과 관계의 연결성을 암시한다.
강한 것이 있어야 부드러움을 품을 수 있고, 부드러움이 있어야 강함이 진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그림 속 책은 단단한 직선과 물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담겨 있다. 책장은 지식의 보호막이며, 동시에 자유로운 사고를 품는 공간이다. 목화의 껍질이 갑각류처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화면 전체에 강하게 드러난 붉은 색감은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강함과 연약함이 공존하는 인간의 양면성과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거친 질감과 단순한 형태의 표현 방식은 몽환적이고도 상징적인 세계를 강화한다. 그림 속 독수리는 그 자체로 강렬한 힘을 내포하며, 비상과 자유를 꿈꾼다. 그러나 자유란 결코 무절제한 것이 아니다. 독수리가 힘을 내기 위해서는 단단한 기반이 필요하듯, 예술도 규범과 관습을 경계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윤장열 작가의 예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늘 가까이에 있다. 그는 실존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본질을 탐구한다. 특히 작품 속 새들은 한 방향만을 응시하지 않는다. 어떤 새는 뒤돌아보며, 또 어떤 새는 먼 곳을 응시한다. 이는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과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그들의 시선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며, 이는 작가가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을 추구하는 점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작가는 언어에 얽매이기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제목이 없다. 제목은 작품을 하나의 의미로 한정 짓고, 언어의 틀 안에 가두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함과 부드러움의 대비를 추구한 작가의 작업 과정에서 ‘묵상’은 중요한 개념이다. 단순한 공허함이 아니라 사유의 시작점이자 창조의 출발점이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로소 새로운 것이 태어난다. 이는 겨울나무처럼 철저히 비워낸 후에야 본질이 드러나는 원리와도 같다. 강한 바람 속에서도 굳건하게 서 있는 나무처럼, 외로움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사유가 가능해진다. 결국 윤장열 작가의 작품은 강함과 부드러움, 허와 실, 고정과 유동이라는 대비 속에서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꽃이 부드럽고 유연한 존재이면서도 생명의 본질을 상징하듯, 그의 예술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가장 근원적인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간다.
윤장열 - 향(鄕)_162.2×112.1-1
윤장열 - 향(鄕)_162.2×112.1-2
윤장열 - 향(鄕)_162.2×112.1-1
윤장열 - 향(鄕)_162.2×112.1-2
윤장열 - 향(鄕)_25.8×17.9-2
윤장열 - 향(鄕)_53.0×40.9-2
윤장열 - 향(鄕)_53.0×40.9-3
윤장열 - 향(鄕)_72.7×53.0-3
윤장열(尹長㤠)
1953 대전 출생
1977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1988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수상
1981 중앙미술대전 우수상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2025 갤러리메르헨초대전(대전)
2024 갤러리메르헨초대전 (대전)
2009 서림화랑초대전 (서울)
2007 갤러리애족초대전 (서울)
2006 화랑베아르떼초대전 (서울)
2004 송아당갤러리초대전 (대구)
2003 갤러리썬&문초대전 (서울)
2000 이목화랑초대전 (서울)
1998 인화랑초대전 (서울)
1996 서림화랑초대전 (서울)
1993 서림화랑초대전 (서울)
1992 서림화랑초대전 (서울)
1991 청화랑초대전 (서울)
1990 아라리오화랑초대전 (천안)
1988 맥향화랑초대전 (대구)
1987 평화랑초대전 (서울)
1984 신신화랑 (대전)
기획전•단체전
평론가 선정 현대 작가 55인전 등 345여 회 참가
Yoon Jang Yul
1953 Born in Daejeon
1977 College of Fine Art, Mokwon University
1988 Graduated Art Education Department Educational Graduate School, Dankook University
Award
1981 Excellence Award, Joongang Art Exhibition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Solo Exhibitions
2025 Gallery Märchen Invitational Exhibition, Daejeon
2024 Gallery Märchen Invitational Exhibition, Daejeon
2009 Seolim Gallery Invitational Exhibition, Seoul
2007 Gallery éjoque, Seoul
2006 Galeria BellArte, Seoul
2004 Songadang Gallery Invitational Exhibition, Daegu
2003 Gallery Sun & Moon Invitational Exhibition, Seoul
2000 Emok Gallery Invitational Exhibition, Seoul
1998 Gallery Ihn Invitational Exhibition, Seoul
1996 Seolim Gallery Invitational Exhibition, Seoul
1993 Seolim Gallery Invitational Exhibition, Seoul
1992 Seolim Gallery Invitational Exhibition, Seoul
1991 Gallery Chong Invitational Exhibition, Seoul
1990 Arario Gallery Invitational Exhibition, Cheonan
1988 Gallery Machyang Invitational Exhibition, Daegu
1987 Pyung Gallery Invitational Exhibition, Seoul
1984 Shinshin Gallery Invitational Exhibition, Daejeon
Projected Exhibitions • Group Exhibitions
345 Exhibitions (55 Contemporary Artists selected by the Critic etc.)
문화가 모이는 곳 "대전공연전시" http://www.gongjeon.kr/
'전시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 2025 공주그림상점로 (0) | 2025.04.18 |
---|---|
아리아 갤러리, 전형주 개인전展 (0) | 2025.04.17 |
대전중구문화원 '중구작가초대전-한글서예특별전' (0) | 2025.04.09 |
2D그래픽 아트상품제작 & 실크스크린 작품전 (1) | 2025.04.08 |
…에 서다 展 (0) | 2025.04.06 |